여야 대선주자, 너도나도 수백만 호 공약…현실성 '글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부동산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선화 기자·국회사진취재단

부지·재원 구체성 떨어져…자택 시세 '껑충'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이 큰 서민을 위한 맞춤형 공약이 대체적이다. 동시에 집값 안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임기 내에 주택공급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고, 이 가운데 기본주택으로 100만호 이상을 공급해 장기임대공공주택(토지임대부 분양 포함)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는, 역세권 등에 위치한 고품질에 충분한 면적의 공공주택이라는 게 이 지사의 설명이다. 다만, 부지나 세부적인 공급 계획이 부족하고 역세권 30평형대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는 서울공항 기능을 김포공항 등으로 이전한 뒤 남겨진 부지에 공공 주도 주택 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공항 주변의 고도제한을 해제해 4만호를 추가 공급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대규모 부지를 제시하는 등 구체성은 있지만, 군 공항 기능을 이전하는 과정과 절차가 원만히 진행될지 미지수인 데다 서울공항 이전 후 고도제한이 해제되면 집값이 올라갈 수 있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왼쪽) 전 의원은 부동산 공약으로 수도권 민간주택 100만호, 공공임대주택 50만호 건설을 약속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00만호 이상 주택공급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폭등한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은 대동소이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강도 높게 때리면서도 현재로서는 민주당과 뚜렷하게 차별성이 없는 공약이 대체적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부동산 관련 규제·세제를 대폭 완화하고,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주택’을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5년 동안 전국에 250만호 이상, 수도권에 130만호 이상의 신규주택을 공급하겠고 공언했다. 250만호 이상은 이 지사와 같은 규모다.

윤 전 총장은 특히 청년을 위한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건설원가로 분양가 20%를 내고 80%는 장기저리의 원리금 상환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5년 내 30만호를 공급하는 계획을 밝혔다. 시세의 50~70% 수준의 공급 가격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역세권 첫집주택'도 20만호 공급하겠다고 했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자택. 왼쪽부터 이재명 지사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아파트, 이낙연 전 대표의 서울 종로구 주상복합 아파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 아파트. /신진환 기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더팩트>에 "5년 동안 전국 250만호, 수도권 130만호란 신규주택 공급목표치는 상당히 많은 수치"라며 "이 수치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공공주택의 공급가격도 민간주택보다 낮기 때문에 공공주택의 공급가격보다 낮은 공사원가로 대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가격만 낮춘다면 주택품질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택지 개발 등을 통해 200만호 이상의 주택공급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수도권 민간주택 100만호, 공공임대주택 50만호 건설로 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주택 100만호 공급을 두고 현실성이 없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여야 주자들이 내놓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평수가 작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정된 부지를 고려하면 집을 작은 평형대로 잘게 쪼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채라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들의 만족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재형 전 원장은 배우자 명의로 경기 가평군에 밭(12㎡)과 임야(446.00㎡)를 갖고 있다. 배우자가 2017년 각각 300만 원과 1억800만 원에 매입했다. 최 전 원장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직에서 은퇴한 뒤 내외가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 위해 분양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가평=신진환 기자

서민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양질의 주택과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여야 대권 주자들의 집은 어떨까.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대권 주자들의 집값은 껑충 올랐다.

이 지사 자택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아파트로, 50평형대(164.25㎡)다. 한 중개인은 "50평형대 시세는 20~21억원 정도"라며 "불과 2년 정도 사이에 급격히 집값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 종로구 '경희궁의 아침' 3단지 주상복합 아파트(174.5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당선된 뒤 전세를 끼고 배우자와 1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현지 중개인에 따르면 20억 원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호가는 25~26억원까지 치솟았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집은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주상복합 아파트다. 이 집은 50평형(164.00㎡)으로 배우자 김건희 씨 명의로 돼있다. 인근에 서울중앙지법이, 그 옆엔 서울중앙지검이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사는 동 기준으로 최근 32~35억원 선에서 매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134.77㎡)를 배우자 명의로 갖고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관보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가액이 기존 6억9200만원에서 8억800만원으로 변동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41평형 아파트 시세는 현재 15억원대다.

최 전 원장은 배우자 명의로 경기 가평군에 밭(12㎡)과 임야(446.00㎡)를 갖고 있다. 배우자가 2017년 각각 300만원과 1억800만원에 매입했다. 최 전 원장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직에서 은퇴한 뒤 내외가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 위해 분양받은 것"이라며 "하지만 감사원장을 맡고 대선에 도전하면서 현재 부지만 있다"고 설명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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