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끝까지 구차한 'GSGG' 변명…"술 마셨나?"

정치권에서는 GSGG 논란으로 들썩였다. 지난달 25일 법안 강행 처리 후 인사 나누는 여당 의원들. 왼쪽부터 김남국 의원,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김승원, 김영배 의원 등.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고발 사주' 의혹에 휘청이는 윤석열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번 한 주는 정치권이 'G판'이었다. 판사 출신 여당 초선 의원이 '언론중재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연기되자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GSGG'라고 해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욕설이 아니었다고 두둔하며 징계 논의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는 보건 의료노조와 정부 간 협상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문재인 대통령이 '풍산개 새끼'를 돌보는 사진을 게재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동물' 구설에 올랐다. 예정된 여야 정당 대표 MBC '100분토론'에 불참하면서 방송 공백 지적에 "동물의 왕국을 틀면 된다"고 발언해 비판받자 사과했다.

-야권 대권주자들의 수난도 이어졌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 선언한 데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고발 사주' 의혹을 받으며 위기를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 관련 저서 출간을 앞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선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

◆김승원 'GSGG' 논란에 與에서도 "술 마셨나?"

-바쁘게 돌아가는 정치판에 난데없이 '뜻풀이' 바람이 불었다고?

-맞아. 지난달 30일 최대 5배 징벌적손해배상제를 허용하는 '언론중재법' 처리가 뒤로 미뤄진 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이야. 그는 "박병석~~역사에 남을 겁니다"라며 국회의장을 직책없이 반말로 부르고, 마지막에 'GSGG'라는 글을 남겼다가 삭제했는데 GSGG 뜻을 두고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거야. 누가 봐도 '개XX' 욕설을 의미한 거잖아. 처음 봤을 땐 "계속 GOGO? 언중법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인가" 생각했어. 설마 욕설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김 의원은 GSGG가 욕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31일 새벽 자신의 SNS에 최초 박병석 ~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가 논란이 되자 해당 글을 삭제한 김승원 민주당 의원. /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 의원은 뭐라고 해명했지?

-문제가 되자 김 의원은 "정부는 국민의 일반 의지에 봉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어. 일반의지가 'general will'이란 반론이 나오자 'general good(공동선)'이라고 거듭 해명했지. 하지만 그래도 G 하나가 남아. 국민을 우롱하는 구차한 변명이야. 취재진은 "이런 G소리를 믿을 사람이 있을까" "말도 안 되는 뜻을 지어내느라 의원실도 참 고생했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어.

-GSGG의 대상자인 박병석 국회의장도 꽤 당황했을 것 같아.

-의장실 관계자는 "의장님도 논란이 나오고 오전까지 화가 조금 나셨던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어. 그러면서 "술 마신 것 같다. 그렇지 않고 제정신인 상태에서 저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노했어. 사태가 커지자 김 의원은 지난달 31일 본회의 직전 의장실을 찾아 박병석 의장에게 직접 사과했어.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실망했다"고 질책했다고 해. 의장실을 나온 김 의원은 커진 논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 취재진이 '의장님이 GSGG 뜻을 알고 있나'라고 묻자 "아이고 좀"이라며 답을 하지 않았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김 의원을 크게 혼냈다고 해. 다만 야권에서 국회 윤리위를 열어 김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적극 방어했어. 언론중재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신경전 중인 상황에서 관련 법안 처리에 앞장섰던 김 의원을 징계하면 기싸움에서 밀릴 수있다는 분위기도 있는 듯해.

-'GSGG' 표현에 대해선 아직도 정리가 안 된 거야?

-김 의원은 "비속어라는 지적이 나와 수정했다"라며 끝내 욕설 논란은 인정하지 않았어. 대신 민주당이 'GSGG'가 막말임을 입증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됐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원내대표를 향해 "'GSGG' 같은 소리를 안 들으려면 당연히 협상 결과를 좋게 해석해 홍보해야 할 것"이라고 하자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막말이 도를 넘었다. 욕설을 연상시키는 'GSGG'라는 표현"이라고 발끈한 거야. 이를 두고 취재진은 "GSGG가 욕설이 아니라더니 당이 하루 만에 자인했다"고 비꼬았어.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에도 라디오에 나와 해당 발언이 욕설이 아니냐는 진행자 물음에 "아닐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공동선, 제너럴 굿(General good)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데 약자를 썼을 경우 오해와 오인의 여지가 있다"고 옹호했어. 김 의원이 그냥 구차하게 뜻을 만들지 말고 '초선 의원의 패기로 잘못 행동했다'고 인정하면 깔끔했을 텐데 대응이 아쉬워.

윤희숙 의원은 김승원 의원이 자신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는 윤 의원. /이선화 기자

-김 의원이 '언론중재법' 처리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이번 논란에 휩싸였는데, 정작 본인이 '가짜뉴스' 양산 당사자로 비판을 받았지?

-맞아.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사퇴하려면 사표를 내고 본회의에 의안으로 올라야 하는데, 사표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약간 쇼 아닌가,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어. 하지만 윤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에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어. 사실 확인이 궁금했다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검색만 해도 금방 할 수 있는 내용이야. 윤 의원은 "정작 본인들이 언론환경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으면서 고의적, 악의적 허위보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청부 고발 의혹에 위기를 맞이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 다리를 방문해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윤석열(왼쪽)과 장기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난데없는 '청부 고발' 의혹…위기의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직 당시 검찰이 야당에 여권 인사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정치권이 큰 파문이 일고 있어.

-맞아.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자였던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줬고 김 의원이 이를 당에 전달했다고 보도했어. 고발장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이름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어. 당시 검찰총장은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었어.

-윤 전 총장은 이른바 '청부 고발' 사주 의혹을 부인했어. 그는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독교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런 것을 사주한다는 자체가 상식에 안 맞는 것"이라며 "정부에 불리한 사건에 대해선 피해자가 고소해도 수사를 할까 말까인데 고발한다고 수사를 하겠는가"라고 했어. 전날에도 캠프 측은 논평을 내고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 사주를 지시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명백한 허위보도이고 날조"라고 반박했어.

-윤 전 총장 측 인사가 그러더라고. 그때 당시 검찰 인사가 아니지만 자신이 아는 한 윤 전 총장은 고발 사주를 지시할 분이 아니라고.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윤 전 총장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사주했다는 것 의혹에 대해 굉장히 불쾌한 듯한 뉘앙스였어. 그러면서 "국민이 잘 판단하실 것"이라며 말을 아꼈어.

-어쨌든 윤 전 총장으로서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듯해.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한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벼르고 있잖아.

민주당은 고발 사주 의혹을 국기문 게이트라며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3일 윤석열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 입장을 밝히는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 /남윤호 기자

-맞아.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국기문란 게이트'로 명명하고 당 차원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집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어. "과거 12·12나 5·17 쿠데타를 했던 전두환 씨의 신군부 하나회와 비견되는 사건"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어.

-이 사건이 여야가 한창 치르고 있는 대선 경선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돼. 여권도 야권 유력 대선주자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사건이라 예의주시하고 있어. 특히 정치권에선 "윤석열을 이길 사람은 이재명밖에 없다"는 '이재명 필승'설이 힘을 얻었는데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이 사건으로 급락할 경우 친문 진영에서 이 지사의 값어치가 하락하고 다른 주자를 확실하게 밀어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 현재 이재명 캠프에서는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 등을 언급하며 강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데, 향후 민주당 대선판세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도 윤 전 총장을 압박하고 있어. 가뜩이나 최근 여론조사상 윤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에게 쫓기고 있어. 홍 의원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윤석열 대세론'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 이 점을 고려하면 난데없이 불거진 '청부 고발' 의혹은 윤 전 총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

-국민의힘도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듯 한데?

-일단 지도부는 관망세야. 신중한 태도라는 얘기야. 다만 이준석 대표는 3일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당무 감사를 통해 파악하겠다고 했어. 당 차원에서 조사를 벌이겠다는 거야. 이는 당 차원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의지로 봐야 해. 그래야 당 차원에서 여당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김오수 검찰총장이 2일 해당 의혹의 진상을 밝히라고 지시했잖아. 향후 진송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려. 맞아. 이 대표도 검찰을 향해 "감찰을 진행할 게 있으면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어. 검찰의 결과 발표 전까지 여야의 공방은 불가피해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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