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간단한 소명 아닌 철저히 공개 해야 할 것"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부친 부동산 의혹에 의원직을 던졌지만,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파문은 더 확산했다. 의원직과 대선 후보 사퇴 카드를 꺼낸 윤 의원 운명은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여당의 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본회의 표결만 남겨둔 상황이지만, 여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윤 의원에게 "책임지고 수사받으라"며 사퇴 불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윤 의원은 24일 부친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493 일대 1만871㎡ 규모의 농지 투기 의혹에 의원직과 대선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이 사퇴하려면 회기 중에는 무기명 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그의 의원직 사퇴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사퇴 말고 수사 받으라"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직전 민주당 소속이었던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기자회견을 통해 "윤희숙 의원님, 부친 농지 팔아서 사회에 환원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설마, 그 땅 팔기 아까워서 사퇴쇼 하신 건 아니시겠지요?"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실히 수사부터 받으시라. 그렇게 억울하다면 계좌 내역 다 내고 부친 농지 구매와의 연관성을 조사받으라"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의원직 자진 사퇴는 국회 본회의 의결사항"이라며 "눈물의 사퇴회견을 했지만,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사퇴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기필코 성공할지는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은 윤 의원이 KDI재직 당시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 선언의 진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부친의 부동산 위반 '전수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야당을 비판하는 글과 함께 '물타기'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윤 의원 부친께서 샀다는 땅의 위치, 그리고 그 땅의 개발과 관련된 연구나 실사를 윤 의원이 근무했던 KDI가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이 KDI에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가족과 공모해서 땅 투기를 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 의원과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조사를 촉구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은 사과보다 야당정치인 탄압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아버지 투기 의혹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강해보인다"며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았고 산업단지 조성도 KDI가 했다는 것은 투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만약 윤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성립하려면 정부 부처 소속이거나, 예비타당성 조사를 직접 담당 했어야 했다"며 "LH사태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이상 투기로 판단하기에는 억측이 있다"며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취재진은 이날 윤 의원에게 직접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직접 찾은 의원실에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신 윤 의원은 오후 늦게 의원실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사퇴 쇼'라는 여론에 반박했다.
그는 "사퇴 쇼라 비난하기보다 다수당이신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가결하셔서 사퇴를 완성시켜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의원 본인, 가족, 전 직장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억측과 허위사실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야당 의원의 정치적 결단을 본인 선거나 본인 의혹을 가리기 위해 이용하고 흠집 내는 행태를 멈춰달라"며 "의원직 사퇴로 수사를 회피하는 것은 원래 가능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고대하는 바, 본인 및 가족은 어떤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의원의 행보를 두고 "정치쇼 여부로 판단할 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아무도 탈당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신선한 충격"이라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략한 '강력한 조치'를 윤 의원이 실행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이 실제로 의원직을 내려놓게 된다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비해 '윤리성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 있는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자진 탈당 권유 및 제명 조치를 내렸다. 비례대표의원 2명은 제명됐지만,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고 자평한 것과는 달리 5명이 탈당을 강하게 거부하자 10명 거취를 일괄 처리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0명의 의원은 여전히 민주당 소속으로 남아있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은 12명 의원에 대해 윤리위원회를 통한 강력한 조치를 하지 못했기에 윤 의원 사퇴 표결은 민주당에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도 내려온 윤 의원에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다만 "아버지의 부동산 의혹이 해명된 뒤 정권 교체에 긍정적인 공로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윤 의원은 사퇴 선언 당시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 각 대선 캠프에서는 레이스를 중단한 '윤 의원 껴안기'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권에선 윤 의원이 다른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윤 의원은 민주당 부동산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적임자일 뿐만 아니라 몇 안되는 경제 전문가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며 "대선 주자를 돕는게 나은지, 어느 캠프에 속하지도 않고 본인 정치를 하는게 나은지는 윤 의원 입장에서 고민 사항"이라고 했다. 반면 박 평론가는 "특정인한테 갈 것 같지는 않다"며 "대통령 후보가 정해지고 난 뒤 당 공식선대위가 출범하면 중앙당 선대위 전면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