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vs 김종민, '인사청탁' 진실공방…2위 경쟁 노림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검사 인사청탁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지난 2020년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앞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의원과 대화하는 추 전 장관. /남윤호 기자

'검찰개혁' 책임론서 갈등 불씨…개혁 주도권 다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검사 인사청탁' 의혹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 개혁' 이슈를 띄워 이 전 대표와 2위 경쟁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추 전 장관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친문'으로 똘똘 뭉쳤던 두 사람의 균열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의 '친문 세분화' 양상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 전 장관은 연일 장관 재직 시절 김 의원으로부터 검사 인사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검찰개혁 뽀개기' 방송에서 "김 의원이 네 차례 정도 밤 12시까지 전화했다"며 "(해당 검사가) 본인 의사로 사의 표명한 게 아니고 주변 압력(에 의한 사의표명)이라면 김 의원이 주변 압력이 누구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21일 유튜브 방송에서 김 의원의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 1차 폭로했다. 추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사표를 내고선 철회하겠다고 해서 제가 낙장불입이라고 했다. 기강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랬더니 1차장이 김 의원을 찾아가 '장관을 상대로 항명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사표를 안 낸 것으로 해달라'고 한 것이다. 그 뒤 김 의원이 저에게 '장관님, 잘 봐줄 수 없나요'라고 했다. 인사청탁"이라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의원도 같은 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 검사가 자기 뜻이 아니라 주변 압력 때문에 사표를 냈으니 본인 의사를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었다"며 추 전 장관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주변 압력'을 넣은 인물을 밝혀야 한다"며 이날 재차 공세를 펼친 것이다.

김종민 의원은 추미애 전 장관의 인사청탁 의혹 제기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동률 기자

추 전 장관의 이번 폭로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개혁' 책임론에서 갈등이 시작돼 '검사 인사청탁' 진실공방으로 번진 모양새다. 추 전 장관 측은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검찰개혁을 속도 조절하고, 자신의 장관 퇴진을 밀어붙여 개혁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당시 지도부가 검찰개혁 특위를 설치할 정도로 '검찰개혁'을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청와대에 추 전 장관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검찰개혁 논의가 중단된 건 송영길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라고 주장한다.

추 전 장관과 이 전 대표의 신경전은 지난달 14일 추 전 장관이 이 전 대표에게 당 대표로서 검찰개혁을 강하게 추진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갈등이 더 깊어졌다. 이 전 대표가 김 의원과의 유튜브 방송에서 수사·기소분리 정기국회 처리 등 검찰개혁 완수를 약속하면서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심지어 개혁입법 약속을 저버린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면피하겠다는 속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 지도부에서 검찰개혁을 '제도개선' 수준으로 묶고, 자신의 장관 퇴진을 청와대에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이 전 대표 대신 김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낙연 후보에게 개인적으로 무슨 불만이나 원망이 있는 듯한 그런 뉘앙스도 느껴진다"며 "어려울 때 추 장관을 뒷받침했던 당에 대한 공격"이라고 불쾌한 속내를 내비쳤다. 실제로 이 전 대표와 김 의원은 추 전 장관 아들의 군대 특혜 의혹 공세나 사퇴 여론이 거셀 당시 추 전 장관을 적극 옹호한 바 있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지난 20일에도 이 전 대표의 검찰 수사·기소 분리 공약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고 공약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공약 가로채기 아니냐"고 힐난하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추 전 장관의 이낙연 때리기는 2위 구도 형성을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윤호·이선화 기자

일각에선 추 전 장관의 '검찰개혁 재추진' 행보는 이 전 대표와의 주도권 다툼을 통해 2위 구도를 형성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추 전 장관이 아직도 검찰개혁특위를 재구성하지 않고 있는 송영길 대표나 "검찰의 완전한 수사권 박탈은 필요한지 공감이 안 간다"고 답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선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든다.

추 전 장관이 최근 이 전 대표와 이 지사 논란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이낙연 캠프에서 '친이재명 유튜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논란에 대해 "아주 나쁜 것이다.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선두주자인 이 지사의 '화재 먹방' 논란에 대해선 "논쟁 감도 아닌 논쟁을 벌인다"고 했다.

다만 '검사 인사청탁' 의혹은 여권 내에서 제기된 만큼 크게 확산하지 않고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만약 진실규명이 되면 이 전 대표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여권 내에서 제기된 것이기 때문에 진실규명이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2위를 잡기 위한 일종의 공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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