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화재 먹방' 사과에도 고개 든 '지사 리스크'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시 황교익 씨와 유튜브 영상 촬영을 강행한 데 대해 21일 사과했다. 2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농업기술센터 내 잔디밭에서 첫 동물복지 공약을 발표하는 이 지사. /국회사진취재단

李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野 "사퇴하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이은 악재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당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와 '먹방' 촬영을 강행한 데 대해 사과했지만 야권에선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라"며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대선 경선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할 경우 '제2의 황교익 사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1일 이 지사는 '화재 먹방' 논란 이틀 만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며 "저의 판단과 행동이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난 6월 17일 황교익TV 촬영 중인 이재명(오른쪽)지사와 황교익 씨. /황교익TV 갈무리

이번 논란은 이 지사가 황 씨를 경기도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해 경쟁 후보 측의 인사 적절성 검증 과정에서 불거졌다. 황 씨가 이 지사의 사생활 논란을 옹호했다는 과거 발언이 조명되면서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황 씨와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친일 프레임' 공방을 벌이면서 대선 경선 '네거티브 중단' 방침도 빛바랬다. 다만 황 씨가 논란 일주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며 '황교익 리스크'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유튜브 '황교익 TV' 채널에 올릴 떡볶이 먹방 영상을 촬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 지사 측은 현장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고 당일 저녁 경기도 복귀를 결정,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고 해명했지만 화재 진압 당시 소방관 실종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서 유튜브 촬영 강행은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먹방 논란' 직후 이 지사의 해명도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 지사는 이번 일을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응과 빗대어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일 "우리 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왜 세월호가 빠지고 있는 구조 현장에 가지 않느냐고 문제 삼지 않는다. 지휘를 했느냐 안 했느냐, 알고 있었느냐 보고를 받았느냐를 문제 삼는다"고 했다. 자신은 지휘를 제대로 한 만큼 현장에 바로 가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은 과도한 비판이라는 해명이었다. 성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논란 이틀 만에 사과 입장문을 낸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지사 리스크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6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 센터 화재현장에서 경찰, 소방, 국과수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 /남용희 기자

하지만 야권은 이 지사가 도지사는 물론 대선 후보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이날 이 지사의 사과에 대해 "진짜 잘못을 은폐하는 사과쇼"라며 "당장 도지사 권한과 대선후보직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게 국민의 불안을 덜고 평안케 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이기인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사과문에) '실시간 상황보고를 받았다, 밤늦게 현장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등 굳이 할 필요 없는 비겁한 면피성 변명을 끼워 넣는 걸 보니 아직 이 지사는 정신을 못차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말고 이제 그만 지사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이 지사는 최소한 본경선이 끝날 때까지 지사직을 사수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여야 경쟁자들의 이른바 '지사 찬스' 공세에도 맞대응해왔다. 지사직을 유지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예비 후보 등록을 못해 홍보물 발송 금지 등 불이익이 있지만 이를 감수하더라도 선출직 공직자로서 최대한 도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분을 들었다. 이 전 대표 측이 이 지사의 경기도 홍보비 예산 등을 언급하며 '현직 프리미엄'으로 파고들 때도 "차라리 대선 경선을 포기하겠다"는 초강수를 들며 방어해왔다.

하지만 황교익 사태와 이천 화재 대응 논란으로 비판이 고조되면서 캠프 내에서는 '지사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일자리재단 노조 측도 지난 20일 이 지사의 지방선거를 도운 인사들이 2019년 부정 채용됐다며 재단 채용 담당자 2명을 고발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이 지사 측은 "이미 국민권익위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처럼 유사한 논란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계속 불거질 경우 부정 여론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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