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연해주로 이주 후 100년 만에 고국 땅에 영면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봉오동 전투'(1920년 6월)와 '청산리 대첩'(1920년 10월)을 승리로 이끈 독립전쟁 영웅 고 홍범도 장군이 1921년 연해주로 이주한 지 100년 만에, 1943년 머나먼 타국 땅 카자흐스탄에서 순국한 지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 예우로 직접 맞이한 가운데 국내로 돌아온 홍 장군의 유해는 16~17일 국민 추모 행사를 마친 뒤 18일 오전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 안장됐다.
홍 장군 유해 안장식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문재인 대통령 내외, 유해 봉환 특사단(황기철 국가보훈처장·우원식 홍범도기념사업회 이사장·배우 조진웅 씨), 국방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의힘 대표, 정의당 대표, 열린민주당 대표,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홍범도 함장, 광복회장, 대한고려인협회장 주한카자흐스탄 대사, 주카자흐스탄 대사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2분간 진행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헌화를 위한 추모 화환은 카자흐스탄의 추모화인 카네이션과 우리나라 추모의 상징인 국화를 함께 활용해 제작함으로써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의 정신적 뿌리로 자리매김했던 홍 장군을 추모하는 데 더욱 의미를 더했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독립전쟁 1회전', '독립전쟁 첫 승리'라고 불렸던 봉오동 전투와 독립전쟁 최대의 승리 '청산리 대첩'을 이끌었던 독립전쟁의 영웅,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이 오늘 마침내 고국산천에 몸을 누이신다"라며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 101주년, 장군이 이역만리에서 세상을 떠나신 지 78년, 참으로 긴 세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장군의 유해 봉환을 위해 적극 협력해주신 카자흐스탄 정부와 고려인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많은 애국지사들이 잠들어 계신 국립대전현충원에 장군을 모시며, 선열들이 꿈꾸던 대한민국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라며 "선조들의 고난을 뒤돌아보며 보란 듯이 잘사는 나라,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강한 나라,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장군의 귀환은 어려운 시기,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위기극복에 함께하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며 "장군이 고향 흙에 흘린 눈물이 대한민국을 더 강하고 뜨거운 나라로 이끌어줄 것이다. 홍범도 장군님, 잘 돌아오셨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고 말했다.
가수 하현상의 추모 공연(드라마 '미스터선샤인' 수록곡 '바람이 되어')을 끝으로 추모를 마치고 묘소로 옮겨진 유해는 국방부 의장대에 의해 관포 태극기가 해체됐다.
문 대통령은 의장대로부터 이 태극기를 건네받은 뒤 특사단 자격으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셔온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우원식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했다.
유해 하관 후 문 대통령 내외는 전날 오전 홍범도 장군 훈장 추서식에서 카자흐스탄 토카예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현지 홍범도 장군 묘역의 흙을 대한민국의 흙과 함께 허토하며 안장식을 마무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은 카자흐스탄에 남아 있는 홍범도 장군의 묘역 역시 지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협조해 고려인 사회의 정신적 명맥을 이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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