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전 사무실 열고 수시 회동…"당내 특정 후보 돕기보단 정권 재 창출 무게"
[더팩트ㅣ이철영·박숙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 복심이자 여권의 책사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구연구원장과 '광흥창팀'이 다시 뭉쳐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여권 및 정치권 안팎에서 양 전 원장의 대선 정국 참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지난 7월 이전부터 시내 모처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주 1회 이상 수시 회동하며 정권 재창출 밑작업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양 전 원장은 현재 문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나섰던 2012년부터 2017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캠프에서 실질적 중심 역할을 한 인사들과 이미 본격적인 차기 대선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양 전 원장과 함께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권 재창출의 '빅 픽처'를 그리고 있는 한 인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양 전 원장과 함께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본선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토의하고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 측은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의 신설 기획단장으로 합류한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양 전 원장이 이 지사를 돕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것에 대해 "경선이 끝나고 후보가 결정될 때까지 중립 입장"이라고 선을 그으며 특정 후보 지지로 비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4월 총선 당시 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었던 '콤비' 이근형 전 기획위원장의 이재명 지사 캠프 합류로 양 전 원장의 거취에 더 관심이 쏠린 것은 사실이다.
광흥창팀은 지난 2016년 말 두 번째 대선 도전을 준비하던 문 대통령이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꾸린 대선 준비 실무팀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약 10여 명으로 구성된 광흥창팀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선거 전략 수립과 인재영입, 메시지 작성 등 선거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 그룹으로 불렸다.
그동안 잠행과 침묵으로 일관한 양 전 원장과 '광흥창팀'이 다시 물밑에서 활동을 재개함에 따라 그들의 역할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양 전 원장은 2020년 4월 17일 21대 총선 후 현재까지 정치권과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다. 지난 1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떠난 지 3개월만인 4월 귀국한 뒤에도 그의 행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더팩트>가 지난 7월 초부터 최근까지 추적한 결과 양 전 원장은 시내 모처 사무실에서 대통령 민정비서관 출신의 백원우 전 의원, 대통령 제1부속비서관과 의전비서관을 지낸 조한기 민주당 원내대표실 정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전직 핵심 인사들과 회의를 갖는 모습을 확인했다. 회의 참석 멤버는 문 대통령이 처음 정치를 시작한 이후 캠프 활동을 함께 해온 인사들이다. 또, 양 전 원장을 제외하면 문재인 청와대에서 핵심 역할을 했으며, 현재 청와대를 나와 자유로운 신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흔히 문재인 정권 창출의 시작이라 평가받는 '광흥창팀' 멤버 가운데 의원으로 가 있거나 아직도 청와대나 공공기관장에 남아 있는 인사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핵심 멤버들이 모두 다시 움직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 전 원장이 문 대통령과 처음부터 정치 활동을 함께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양정철 사단'으로 분류될 수 있는 핵심 인사들이 수시로 회동을 하며 모종의 논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더팩트>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주 1회 이상 수시로 만남을 가졌다.
다만, 이 사무실에 특정 후보 캠프 인사로 추정되는 사람이나 현역 의원들이 드나드는 것은 목격되지 않았다. 양 전 원장 측은 최근까지 "후보 확정까지 함부로 움직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왔다. 또한 "원팀 기조를 위해 끝까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전 원장은 지난 6월 한 인터뷰에서 누구를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은 처신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답한 적이 있다.
양 전 원장의 거취가 관심을 끄는 것은 정권 재창출이 여전히 불확실한 현재 여권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친문 표심을 둘러싼 후보들 간 문심 잡기 경쟁 격화 △김경수 전 지사 재수감 이후 친문 세력의 분화 △책사 부재로 인한 당내 불안감 △임기 말에 여전히 높은 문 대통령 지지율 등이 겹치면서 지난 세 번(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승을 이끈 양 전 원장 존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양 전 원장에게 '광흥창팀' 재가동 확인을 위해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양 전 원장과 가까운 여당의 한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 퇴직 인사들의 친목 도모 차원일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양 전 원장 측 핵심 인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친목 도모 차원으로는 보기 어렵다. 19대 대선 이후 지난 4년간 처신을 극도로 조심해 온 양 전 원장이 지금처럼 민감한 시점에 과거 캠프 인사들과 정례적으로 보는 것이 예사로울 수는 없다.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당의 정권 재창출에 필요한 모종의 역할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양 전 원장 측은 얼마 전 특정 후보 지원설을 반박하며 "양 전 원장이 경선 이후 (후보가 누가 되든) 그 후보 중심으로 당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과 가까운 핵심 인사들이 특정 캠프에 합류하거나 함부로 움직이는 걸 만류해 왔다"라면서 "그가 고민하는 것은 누가 후보가 되느냐가 아니라 선출된 후보 중심으로 당이 단합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광흥창팀은 향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면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초기부터 문 캠프에서 핵심적으로 활동했던 또 다른 여권 인사도 "최근까지 양비(양 전 원장 애칭)는 각 후보와 캠프 혹은 당이 본선에 대비해 미처 준비하지 못하는 것을 경선 기간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누군가는 한쪽에서 조용히 그런 걸 준비해, 나중에 후보와 선대위에 뭐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마지막 봉사라는 얘기를 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