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신 헬기에 '현금' 싣고 제3국으로 떠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으로 위기에 처했던 현지 한국대사관 공관원과 교민이 17일 무사히 철수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우리 국민의 출국 지원을 위해 현지에 남았던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의 전언을 인용해 "공관원 3명 및 우리 공관원 보호 하에 있던 우리 국민 1명이 탑승한 중동 제3국행 항공기가 한국 시각 17일 오전 9시경 이륙했다"고 밝혔다.
한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탈출하는 과정이 보도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과 로이터에 따르면 가니 대통령은 아프간을 탈출하며 차량 4대에 현금을 챙겼다.
스푸트니크통신은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며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보도했다.
가니 대통령은 전날 탈레반이 카불을 포위하고 진압하려고 하자 부인 및 참모진과 함께 대통령궁을 버리고 국외로 급히 떠났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그의 행선지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가니 대통령은 본인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탈출이 희생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대통령궁을 떠나기로 했다"며 "만약 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카불은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을 버리고 도주한 가니 대통령은 2014년 대통령에 당선한 후 2019년 재선에 성공했다. 가니 대통령은 문화인류학 학자 출신으로 세계은행 등에서 근무하면서 경제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에 의해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자 귀국해 재무부 장관을 맡았다. 그는 재무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조세 체계 확립 등 아프간 정부의 개혁을 주도했다. 카불대 총장을 거쳐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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