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국회 통과 미지수

1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내용의 법안의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인 데다 찬반이 팽팽한 점을 고려하면 해당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팩트 DB

촉법소년 범죄 비율 해마다 증가…법 개정 요구 커져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 지난 5월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에서 비극이 일어났다. PC 게임을 그만하라고 꾸짖는 엄마에게 초등학생 A(11) 군이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고로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다. 다만 A 군은 '촉법소년'이어서 형사처벌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 지난해 3월 B(13) 군은 서울 양천구에서 렌터카를 훔쳤다. 당연히 무면허였다. 그는 친구 7명을 태우고 대전까지 차를 몰았다. 이 과정에서 도난수배 차량으로 경찰의 추격을 받다가 대전 동구 성남네거리 교차로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C 군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가해자는 만 14세 미만으로 촉법소년에 해당됐다.

◆범죄 저연령화 경향…촉법소년 1만명 육박

만 10세에서 만 14세 사이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르면 짧은 기간 소년원에 다녀오거나 법원 소년부로 송치돼 보호관찰 처분을 받게 된다. 전과가 전혀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성인과는 달리 형법 대신 소년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미성숙한 소년의 책임능력 한계 등의 특성을 고려해 형사처분을 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도록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소년범죄가 더욱 흉악해지면서 소년 보호사건의 피해자가 입는 피해는 일반 형사사건 피해 못지않다는 점이다. 대검찰청의 '10년 동안 범죄발생 및 범죄자 특성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강력범죄의 소년범죄 발생비는 다른 범죄군에 비해 가장 낮았지만, 다른 범죄군은 지난 10년간 증감률이 감소한 반면 강력범죄는 28.2% 증가했다.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발생한 전체범죄의 소년범죄자 수는 1만938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1분기(1만5674명)에 비해 30.2% 줄었으나, 2020년 1분기에 발생한 전체범죄의 소년범죄자 수는 2019년 1분기(1만4746명) 대비 6.3% 올랐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1분기 소년범죄자 수와 소년 범죄자 비율은 전년 동분기 대비 2020년 증가했지만, 올해는 줄었다.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형태가 갈수록 지능화·흉포화하면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소년범의 강력 범죄는 날이 갈수록 어른 못지않은 수준이라는 시각이다. 가해자의 정상 참작보다는 피해자의 고통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지는 등 시대적인 상황도 맞물렸다. 특히 경미한 처분을 받고 풀려난 촉법소년이 법을 악용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대담함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만14・15세 범죄소년 비율은 5.7% 올랐고, 촉법소년(만10세∼만13세)도 연도별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연령별로 보면 만 13세도 증가 추세이다. 2018년 7364명에서 2019년 8615명으로 16.9%포인트(p)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6.5%p 오른 9176명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소년범 재범률은 평균 약 33% 수준이다. 다만, 지난 6월 기준 소년범 재범률은 31%로 지난해 동기대비 2.3%p 줄었다.

지난 4일 경기 의정부에서 귀가하던 30대 남성이 고등학생 일행과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벌이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에 달린 댓글들. /네이버 화면 갈무리

◆ "법 개정하라" 들끓는 여론…소년법 개정 발의돼

때문에 촉법소년도 중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성인과 동일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현행법은 형법이 제정·시행된 1953년부터 조정 없이 동일하게 만 14세를 형사미성년자의 기준으로 두고 있고, 특정강력범죄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감형 조건이 마련돼 있어서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반복되는 청소년 흉악범죄에 촉법소년 연령을 없애라는 요구도 있다. 현행법의 범죄예방 효과 실효성에 의문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론은 '직무유기'라며 입법부인 국회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다.

1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내용의 법안의 발의된 상태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소년법 일부법률개정안'은 촉법소년 나이의 상한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고, 특정강력범죄를 범했을 때는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처리하는 대신 형사사건으로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0대 소년들의 강력 범죄에 한해 다소 처벌을 무겁게 하자는 취지의 법안도 발의돼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한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살인, 상해, 과실치사, 강간, 준강간 등의 흉악범죄의 경우 소년범죄라 하더라도 검찰에 의무적으로 송치하도록 해 적정한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지난 6월 페이스북에 '어리다고 방치해 둘 순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피해자 대부분 역시 또래의 소년이며, 범죄로 인한 상처와 트라우마는 평생을 안고 가야 한다"면서 "이제 촉법소년 범죄도 강경을 따져 볼 때"라고 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이 13세로 낮아진다면 중학생부터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기록이 남게 되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 하지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조정한다면 소년범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강력범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가능성도 적다는 반대 여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정부와 촉법소년 연령 인하를 포함한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논의했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회기 내에 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을 두고 찬반이 갈린다. 찬성하는 측에선 촉법소년이 법을 악용해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대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예방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팩트 DB

◆"촉법소년 연령 하향? 글쎄"…"죄질 경중 나눠야"

정치권 밖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촉법소년 범죄의 처벌 강화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엄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회적인 구조를 살펴보고 예방하는 대책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췄다고 가정했을 때,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면 그때도 또다시 나이를 하향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청소년 비행 원인의 원은 개인뿐 아니라 가정사와 사회 환경 요인도 작용한다. 이런 주변 여건을 변화시키지 않고 엄벌 쪽에 무게를 두는 정치적인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소년 비행 특징은 충동성과 집단성이다. 촉법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다 우발적·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양육 환경을 만들고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는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선도와 교육을 통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나눠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어떤 사건에서 촉법소년에 대해 보호처분하는 것은 개선과 교화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촉법소년은 법을 악용하고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승 연구위원은 "촉법소년의 범죄 죄질에 따라 경중을 나눠야 한다"며 "(경범죄는) 개선·교화 목적의 '교육형주의'에 따라 보호 처분은 가야 한다.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이 소년원으로 송치된다면) 개선·교화의 목적이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얼마큼 악풍(惡風)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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