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 2차전'…이재명 측, '지사 찬스' 논란에 이낙연 캠프 신고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이낙연 전 대표 측 오영훈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면서 두 후보 공방이 극에 치달았다. 지난달 28일 제20대 대선 후보자 원팀협약식 핵심공약 원팀 퍼즐 맞추기 퍼포먼스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와 이낙연 전 대표(오른쪽). /남윤호 기자

'100% 재난지원금' 검토에 '경기도 혈세' 공방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잠시 휴전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흙탕 싸움' 2차전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 측이 이 지사의 '경기도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에 대해 "'지사 찬스'를 이용한 매표 행위"라며 공세를 퍼붓자, 이 지사 측이 이 전 대표 캠프 수석대변인을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본경선이 무르익을수록 두 후보 진영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지사 찬스' 논란은 이 지사가 경기도 전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점화됐다. 이는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8%' 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여야와 정부의 합의에서 벗어난 것으로, 당 안팎에서 "지사 찬스를 활용해 표를 얻으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사퇴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3일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민에게 세금 걷어서 그 세금으로 경기도민에게 표를 사고 있다. 명백한 도민 기만행위"라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 자기 정책 추진력을 과시하는 것"이라며 "국가정책 혼란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 전 대표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한국기독교회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과 관련해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분이라면 국민 전체를 보는 안목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의 '100% 재난지원금 지급'이 정책 혼선을 초래한다고 비판한 데 그치지 않고, 이 지사가 경기도 세금을 선거운동에 활용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전 대표 측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경기도민 혈세가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한 주유비로, 차량유지비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라며 "경기도정과 도민은 뒷전이고 자신의 대선 준비에만 한창이다"라고 했다. 같은 캠프 박래용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대선 후보로 나선 지사의 일개 공약을 홍보하는데 경기도가 그동안 쏟아부은 돈을 보면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며 경기도가 2019년 총 6억6000만 원, 2020년 총 19억3000만 원, 올해 6월까지 7억9000만 원의 홍보비를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기루 같은 기본소득 홍보에 앞으로 얼마나 더 도민의 혈세가 들어갈지 모른다. 왜 그렇게 한사코 경기 지사직을 유지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 지사 측은 이 전 대표 측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과 민주당 윤리규범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오 의원. /남윤호 기자

이에 이 지사의 대선 경선 선거캠프인 '열린캠프'가 이날 오 의원을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윤리감찰단에 신고하고, 수석대변인 사퇴를 촉구하면서 공방이 극에 달했다.

열린캠프는 이 전 대표 측이 논평 등을 통해 마치 이 지사가 경기도 차량, 비용을 이용해 불법 경선 운동에 참여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등 공직선거법 및 민주당 윤리규범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개인 일정과 공식 도정 일정을 분리하고, 경선일정 수행 과정에서 세금을 사용한 일이 없음에도 이 전 대표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 지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경선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당 경선 후보 간 공방에 한발 내빼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8차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의 모습. /이선화 기자

'원팀 협약식'까지 추진하며 당 내홍을 잠재우려 했던 당 지도부로선 '지사 찬스'가 경선 쟁점으로 떠오르며 난감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100%' 지급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는 이날 "지방정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했고,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고 당정이 협의해 통과된 부분에 대해 (지자체별로 집행하는 것에 대해) 장단점을 살펴봐야 한다"며 "정치적 쟁점화하기보다 경기도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함께 지켜봐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재난지원금' 관련,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비와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협의해야 하는 걸로 안다. (경기도 내) 지자체장들과 논의해야지, 무조건 하자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갑자기 경기도에서만 (100% 재난지원금 지급) 하겠다고 했다면 '선거 앞두고 돈 낭비'라고 지적할 수도 있는데 원래 지자체별로 (재난지원금)을 자체 예산 안에서 지급해왔다. 다른 지역에서도 했고, 이 지사는 지지율이 낮았을 때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계속 말해왔기 때문에 왜 (지금) 공격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 측의 '허위사실 유포' 신고에 대해 당이 어떤 조처를 내릴지도 주목된다. 당의 결정에 따라 당 지도부의 경선관리 편파성 논란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민주당 선관위는 지난 2일 경기도교통연구원 직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서 이 전 대표 비방을 주도했다는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 전 대표 캠프는 "균형을 심각하게 잃어버린 졸속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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