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행보 한계…지지율·野 판도 관리 분석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의 제1 야당행은 기정사실이었으나, 시기는 불분명했다. 정가에선 8월 초 입당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대체적인 예상을 깨고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윤 전 총장의 '깜짝' 입당에서 주목되는 다소 파격적이다. 윤 전 총장은 전날(7월 29일) 오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8월 중 방향을 잡아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민의힘에 입당원서를 냈다. 지도부의 부재도 입당 결정에 문제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입당 배경에 대해 "사실 좀 더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당적 없이 경청하는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다"며 "많은 분들을 만나보니까 그런 불확실성을 없애고, 나중에 참여가 아니라 초기부터 가야겠다 하는 생각을 국민께 빨리 알려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을 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 가는 것이 도리"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힘 당이 국민들로부터 더 넓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 오늘 입당 결정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이날(7월 30일) 오전 12시 9분 문자 메시지를 통해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따로 협의된 내용은 없다"고 알렸다.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캠프 관계자도 오전에 통화에서 "입당에 무게를 둔 것 같지만,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제가 (오늘 입당을) 결심한지 는 몇 시간 안 된다"라며 즉흥적인 결정임을 시사했다. 물론 지난달 25일 이준석 대표와 '치맥 회동'에 이어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과도 접촉면을 넓히며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던 만큼 그동안 입당 시기를 고민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오락가락'한 조기 입당에 관해 혹평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자신이 뱉은 말에 일관성이 떨어져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국민에게 '8월 중 입당'을 예고한 것을 단 하루 만에 스스로 뒤집었다는 비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윤 전 총장의 어제와 오늘이 말이 다르다.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문제점은 예측불가능성인데, 자신이 (입당 시기를) 예측불가능하게 만들었다"라면서 "정치는 장난이 아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이 벼락 치듯 국민의힘에 입당한 배경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지지율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뚜렷한 정책이나 공약 없이 홀로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섰지만,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독자 행보에 한계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7월 4주차 차기 대권 지지도 조사(오마이뉴스 의뢰·26~27일 조사·전국 성인 2058명 대상)에서 윤 전 총장은 27.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5.5%로 집계됐다. 윤 전 총장은 직전 조사인 3주차 조사 때보다 지지율이 0.3%포인트 떨어졌지만, 하락폭은 잦아들었다. 3주차 조사에선 2주차보다 5.8%포인트 급락, 4개월 만에 20%대(27.4%)로 주저앉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윤 전 총장은 정계 진출 이후 요양병원 불법운영 혐의로 장모가 실형을 선고받고, 부인의 과거 논란이 불거지며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자 안정적인 레이스를 위해 조기 입당을 결심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한편 야권 대선 판도 변화의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관측이다.
사퇴한 지 17일 만에 속전속결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급성장하는 추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대 지지율을 바라볼 만큼 약진하고 있다. 연일 당심을 공략하며 기반을 다지고 있고 당 구석구석을 훑으며 우군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함으로써 보수의 지지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입당에 거리를 뒀던 윤 전 총장에게 피로감을 느껴 최 전 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던 보수 지지자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잘 대처해야 할 뿐만 당내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도 남아 있다. 당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심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이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도 이끌지 않겠나"라며 "대선 경험이 있는 홍준표 의원과 같은 노련한 정치인들이 많아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의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