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서운하게 한 후보 있다" 이재명·이낙연의 뒤끝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28일 본경선 후 첫 방송토론회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28일 본경선 1차 TV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시작에 앞서 인사하는 정세균(왼쪽부터), 이재명, 이낙연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본경선 후 첫 토론회서 공세 여전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28일 본경선 첫 방송토론회에서 맞붙었다. 후보들의 과열된 난타전에 당이 나서 '원팀 협약식'까지 맺었지만,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토론 내내 쌓여 있던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6명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진행된 첫 방송토론회(연합뉴스TV·MBN 주최)에 참석했다. 정책 주도권 토론에서부터 팽팽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주도권 순서 때 이 지사가 여야 합의 관련 사안별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여야 합의를 번복한 야당을 비판했는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양보하기로 한 여야 합의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 합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며 "국회에 대한 태도가 조금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어떤 게 진심이라고 봐야 할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제가 말이 바뀐 게 아니라 상황이 바뀐 것"이라고 한 뒤 "오히려 (이낙연) 후보가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자고 하고 그 후에는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했다가, 또 상황이 바뀌니 사면하지 말자고 하는 게 문제다. 언론개혁도 반대하다가 태도를 바꿨다"고 반격했다. 올해 1월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건의한뒤 지지율이 급락했던 이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반격한 것이다.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인 이 전 대표는 "억강부약을 강조하고 있는데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은 부자도 똑같이 나눠주자고 한다. 그건 억강부약과 일치되나"라고 일격을 날렸다. 이 지사가 "세금 내는 사람은 주로 고소득자인데 이 사람들을 빼고 저소득자에게만 (지원금을) 지급하면 다음에 재원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재원 마련까지 고려하면 고소득자도 혜택을 받아야 세금을 더 내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답하자 이 전 대표는 "차별과 배제는 약자에 대해 쓰는 말이지 강자에 대해 쓰는 말은 아니다"라고 재차 저격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과열 공방에 당이 원팀 협약식 긴급 처방까지 내리면서 수위는 낮췄지만 서로에 대한 서운함은 감추지 않았다. 28일 본경선 1차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하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후보(왼쪽부터). /국회사진취재단

이 지사도 자신의 주도권 순서가 되자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오래 공직자 생활을 했는데 공약 이행률은 그렇게 우수하지 못한 것 같다. 못 지킬 약속을 한 건지 지킬 수 있는데 안 한 건지 궁금하다. 또 국무총리 권한을 활용해 기존 제도를 바꾸거나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성과를 냈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고 물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공약이행률은 보도 제목만 본 것 같다. 제가 2014년 7월 취임해서 15년 공약이행률 보면 21개 중 20개 이행한 것으로 2016년에 평가됐다. 2017년 보면 총리로 지명돼서 지사일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총리로 일할 때 한 가지만 말하면 조류 인플루엔자를 완전히 살처분 제로까지 만들었다 대단히 기록적인 일이었다"며 "이 지사가 관심 가지셨다면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뼈 있는 답변을 했다. 이 지사도 "(공약이행률)제가 본 건 달라서 팩트체크해봤으면 좋겠다"고 답하면서 긴장감은 고조됐다.

'OX 스피드 퀴즈'에서 두 후보의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했다. '경선과정에서 나를 서운하게 한 후보가 있다?'는 물음에 이 지사, 이 전 대표, 추미애 전 법무 장관이 'O'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모두 각각 "굳이 짚어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말 안 하겠다. 나중에 더 야단맞을 것 같다"며 구체적인 상대는 밝히지 않았다. 최근 두 후보는 SNS 비방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진위 공방, 호남 불가론 등으로 맞붙어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진 '청문 토론' 코너에서도 날 선 질문을 주고받았다. 이 지사는 "품격은 중요하다. 하지만 부정부패나 실력이 없거나 국민 약속을 어기는 문제와 (품격 중에)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라며 물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업체로부터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실의 복합기 임대료 월 11만 5000원을 지원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표 측근이 극단 선택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제 어떤 걸 지적하는지 짐작은 되지만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있다"며 "제 친인척의 어떤 문제 있는지 모르겠다. 모든 걸 다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어느 자리에 가건 성과 내지 못하고 일 못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고 살아왔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호남 출신 대통령 불가론' 논란을 일으킨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다시 꺼냈다. 그는 "지역은 우리 사회의 상처다. 상처는 아픈 사람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이 지사는 "이낙연 후보의 진심을 믿는다. 그러나 저를 지역주의로 공격하기 위해 지역주의 망령을 끌어낸 것에 대해선 책임질 필요가 있다"며 "있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옳다. 그런데 없는 사실을 가짜로 만들거나 있는 사실을 왜곡해서 공격하는 건 흑색선전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상대할 야권 후보' 질문에 대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세균 전 총리와 박용진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을, 추 전 장관과 김두관 의원은 홍준표 의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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