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유죄' 文대통령 '공정' 뿌리부터 흔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친문의 적자라 불리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대법원에서 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30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지 저도를 방문해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사법부서 확정된 대선 불법행위…野, '정통성' 문제 제기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2017년 5월 10일 취임사)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출범했던 문재인 정권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공정'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불리던 김경수 경남지사는 21일 대법원에서 지난 대선 당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더문캠) 대변인을 맡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오전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댓글 조작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지사의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댓글 조작 혐의만 유죄로 본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징역 2년 형이 확정된 김 지사는 앞서 1심 재판 이후 구속수감된 77일을 제외하더라도 1년 9개월가량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이번 판결로 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된 김 지사는 형기를 마친 뒤 5년이 지난 2028년 4월께 피선거권이 회복된다.

◆대법원 "김경수,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징역 2년 실형 확정

문 대통령 당선 과정의 불법행위에 연루된 핵심 측근이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당사자는 정치 생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고, 문재인 정권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 지사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유죄 확정 판결 이후 경남도청을 나서는 김경수 지사. /강보금 기자

당장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들은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캠프 대변인을 통해 "'국정원 댓글 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의 여론조작, 선거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라며 "결국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정권 출범의 정당성을 상실했다. 지난 대선 때 김 지사의 상선(上線) 공범도 이제 밝혀야 한다"라며 "조작된 여론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되지 않은가. 더이상 한국 대선이 여론조작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없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민의 왜곡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평가한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라며 "오늘날 '여론조작'은 자유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다. 이번 판결로 우리 정치에서 여론조작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권은 공식적으로는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여권 대선후보들은 SNS를 통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남도 제공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몹시 아쉽다. 진실을 밝히려는 김 지사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2017년 대선은 누가 봐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예견됐던 선거다. 문재인 캠프가 불법적 방식을 동원해야 할 이유도, 의지도 전혀 없었던 선거다.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김 지사의 진정을 믿는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참으로 유감이다. 할 말을 잃게 된다"라며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대선을 주관했고,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했던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김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라며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실체적 진실이 분명히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인정 안 하는 與 대선후보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비판했던 민주당이 같은 시기에 인터넷 여론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핵심 인사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내로남불'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난 대선에 사조직에 의한 선거개입 의도를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판결에 대해 따진다면 여권은 또다시 제도의 신뢰를 흔드는 셈이 된다"라며 "앞서 수시로 자신들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법원을 비판했는데, 이는 국가를 운영하는 여당의 자세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어 "(지난 대선)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게 드러났다"며 "국정원 댓글 사건 때는 과거 정권을 몰아붙였는데 (김 지사 대법원 판결을 보면)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민주당이) 그렇게 과거 정권을 몰아붙일 상황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지사는 대법원 재판 결과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 하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를 부득이하게 여기서 멈춘다 해도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많은 분께, 특히 지난 3년 도정을 적극 도와주신 경남도민께 좋은 결과로 응답하지 못해 진심으로 송구하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반드시 제자리로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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