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지지율 하락 윤석열 전 총장, 안철수·반기문 길로 들어서나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이번 주 단연 화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이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에서 사퇴한 지 17일 만이다.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정치권의 예측과 달리 속전속결로 이뤄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동시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교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른바 '회동 정치'를 이어가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 아내 김건희 씨의 박사 논문 논란과 캠프 전 대변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정치 공작'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아울러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청와대는 물론 국회도 선별검사를 당부하고 나섰다.
◆최재형 초고속 입당에 '배신자' 낙인찍는 민주당
-최 전 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했지?
-맞아, 최 전 원장이 퇴임한 지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어. 15일 최 전 원장은 이 대표를 예방하고 입당을 전격 결정했는데, 전날(14일) 만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가 나와.
-정치권 관계자에 의하면 권 위원장은 최 전 원장을 만나 이야기하며 국민의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다고 해. 이로써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 퇴임부터 정치 선언, 국민의힘 입당까지 초고속으로 행동한 거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속전속결로 입당한 이유가 있을까?
-최 전 원장의 입당이 너무 이른 시점이라 다른 배경이 있는지 사실 궁금했어. 그래서 최 전 원장 입당 당일 오후 캠프 상황실장 겸 공보를 맡은 김영우 전 의원과 통화를 해봤는데, 대답이 참 단순명료하더라고. 김 전 의원은 "입당에 대해 고민은 했지만, 생각 같은 사람 하고 같이 정치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아닙니까. 들어가서 빨리해야지, 오래 생각하거나 오랜 끈다고 뾰족한 수가 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 속전속결로 결정했다"고 말했어.
-그러면서 이어진 설명이 "최 전 원장의 입당 결정을 보면서 '정치는 처음이지만, 굉장히 상식적인 정치를 하니까 가능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한답시고, 머리 굴리면 결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은 입당 관련해 저와 상의하며 '정치를 처음 시작했고, 나는 정치를 잘 모르고, 정권교체는 해야 하고, 교체는 야당이 하는 것이고 야당의 중심은 국민의힘이다. 그러면 입당이 맞네'라고 결정했다. 이게 이분의 논리"라고 설명했어.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고 있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라서 비교가 되더라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최 전 원장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지?
-맞아, 국민의힘 내부에선 충분한 당 조직이 최 전 원장을 잘 받쳐줄 수 있을 거란 이야기가 나와. 다만 최 전 원장의 대외 인지도가 높지 않은 만큼 당 안에서 활동하며 충분히 얼굴을 알려야하겠지?
-이런 이유로 이 대표는 최 전 원장 입당을 계기로 대선 경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야. 실제 국민의힘 내부나 외부에서 최 전 원장에 관해 물어오는 사람들이 상당해. 대부분은 최 전 원장을 돕고 싶다는 사람인데, 그 이유를 물으면 하나같이 "훌륭한 분"이라는 답이 돌아왔어. 최 전 원장이 이르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이제 관심은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도 지지율을 보이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어. 정치권에선 7~9%만 나와도 성공적이라는 전망인데, 10%를 넘기면 대박이라는 해석이 나와.
-하지만 민주당에선 최 전 원장의 속전속결 국민의힘 입당을 100m 세계 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급'이라며 힐난했어.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의 도덕성 흠결이 없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다른 공격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배신자' 프레임으로 그를 흠집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와.
-개인적으론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독립운동 하다 친일파 가담(정청래)" "배신자"라고 한 민주당 평가는 '자신들은 무조건 옳고 따르지 않은 이들이 나쁘다'는 이분법적 시각이 짙게 깔린 것 같아 거부감이 들어. 한편으론 그의 출마로 상대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도덕성'이 중요한 후보 검증 기준으로 떠오르길 바라.
-여야 정치권에서 긍정과 부정 평가를 동시에 받는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우사인 볼트급으로 급등할지 궁금하네.
◆윤석열 지지율 하락세…'내용 없는 행보 탓'?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 지지도가 연일 하락하고 있지?
-최근 조사에선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선두 자리를 내줬어.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이란 게 하락할 수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여유로운 자세를 보였지만, 속마음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네.(웃음)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처가 리스크' 영향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야.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장모가 지난 2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어. 또 아내 김건희 씨는 박사학위 논문 연구에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윤 전 총장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여. 게다가 윤 전 총장은 처가 논란과 관련해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는데, 이게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많아.
-윤 전 총장이 '아웃복서' 모양새를 보인다는 점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혀. 최근 언론과 접촉면을 넓히고 대권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너무 잰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야. 특히 최 전 원장이 지난달 28일 사퇴 이후 17일 만에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과 대조되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간 보기' 비판은 설득력을 얻고 있어. 이런 점들을 고려해보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몰라.
-윤 전 총장의 최근 독자 행보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아. 정치권에선 '회동 정치'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잖아.
-윤 전 총장은 최근 독자 행보를 보이지만, 여론의 반응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야. 그는 이번 주 부동산 업자와의 만남, 자영업자 만남,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순차적으로 만나며 의견을 들었어. 하지만 정치권은 아직 윤 전 총장이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어떤 정책으로 국민들을 위할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야.
-윤 전 총장이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나오는 내용을 보면 이렇다 할 방향이 잡혀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때문에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2012년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주장도 있어.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대선에 출마했다 20일 만에 중도 하차한 반 전 총장을 만났는데, 여기서도 큰 내용은 없었어. 더군다나 이날은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여론을 집중시켰어. 당연히 윤 전 총장을 향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 정치권 일각에서는 '만나도 '기름장어'(반 전 총장의 별칭)인지 모르겠다. 지금 상황에선 특별한 도움도 안 될 텐데'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와.
-이 전 논설위원의 '정치공작'도 도마에 올랐지?
-윤 전 총장은 또 대변인이었던 이 전 논술위원과 관련해 '여권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어. '가짜 수산업자' 논란으로 수사를 받는 이 전 위원은 "여권 사람이 찾아와 와이(Y, 윤 전 총장)를 치고 우릴 도우면 (이번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했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고 했다"고 말했지.
-윤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지난 1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동훈 대변인이 없는 말 지어내서 할 사람이 아니라고 저는 본다"며 의혹에 힘을 실었어.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전 위원에게 제안했던 '여권 인사'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냐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야. 이 전 위원이 해당 인사를 밝히면 의혹의 전말이 드러날 거고, 윤 전 총장을 향한 동정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와. 반대로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나중에 여권의 반격을 받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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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