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네거티브전 부담…이재명 비토 정서 해소 주목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열기가 점점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범친문계 후보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이 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은 물론 '여배우 스캔들'도 재소환됐다. '비주류' 이 지사를 정조준한 '반(反)이재명' 연대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의 지지가 필요하다. 경선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도 친문 지지층의 표심이 필수적이다. 여권 선두주자이면서 '비문' 이미지가 강한 이 지사를 향한 후보들의 파상 공세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때 이 지사는 '비문 연대'를 거론하는 등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극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당시 7차례 민주당 경선 토론회는 문재인·이재명 후보 간 감정싸움이 극에 달했다.
이 지사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호남 심판론'을 언급했던 문 대통령에게 "신념이 부족한 정치인은 수시로 말이 바뀐다"며 직격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총선(2016년) 결과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호남을 내줬다.
또한 문 대통령을 '기득권'으로 몰아붙이는 한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태도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사드 문제로 문 대통령을 비판했던 자신의 트윗에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난 댓글이 쇄도하자 "이유를 묻는 것도 안 되냐"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붙인 영향은 컸다. 열혈 친문 당원들은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친문 핵심 인사인 전해철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털사이트에는 이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실시간 검색어가 등장하는 등 이재명 사퇴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이 지사는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강성 당원은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이 이 지사 부인(김혜경)의 것이라고 의심하며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심지어 일간지 1면에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친문 커뮤니티에는 "이재명을 찍느니 남경필을 찍겠다"라는 극단적인 여론도 있었다. 차라리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것으로 이 지사에게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앙금은 남아 있다. 일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여전히 이 지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친문 세력이 이 지사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세력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일부 강성 친문 당원을 '대깨문'으로 지칭하며 경고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부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네거티브전'은 이 지사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여러 차례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해명과 과거 문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붙였던 것을 인정했음에도 경쟁 후보들은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고삐를 늦출 기세도 아니다. '젊은 기수' 박용진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2017년에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당시 후보에게 했었던 것의 반의반도 안 된다"며 "그 당시 문재인 후보한테 이재명 후보는 거의 UFC 수준으로 공격을 했다. 저는 잽 정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대선 출마 선언을 전후로 친노·친문 진영 인사를 포용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지만, 당 안팎에선 당내 경선이 격화할수록 강성 친문 권리당원들이 이 지사를 비토하는 정서도 짙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