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카드'로 꺼낸 민주당 '국민면접'…'내홍'만 깊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도입한 국민면접관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하는 민주당 지도부. /남윤호 기자

'경선 일정 연기' 갈등 재점화 우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내놓은 '국민면접' 아이디어가 면접관의 줄줄이 사임에 오히려 내홍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경선기획단 전원 사퇴와 지도부 사과를 요구하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당 내부에선 이번을 계기로 최근 일단락된 '제2의 경선 일정 연기'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4일 오후 2시 대선 경선 예비후보 9명 대상으로 '국민면접'을 진행한다. 블라인드 면접과 1 대 4 집중 면접, 후보자 30초 인터뷰 등이 예고돼 있다. 면접관의 압박 질문에 후보가 진땀 흘리며 답변하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경선기획단이 지난 1일 당초 면접관으로 회계사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와 김해영 전 의원, 뉴스레터 서비스업체 '뉴닉' 김소연 대표를 선정했던 것도 "비판의 목소리도 겸허하게 청취하고 국민들의 질문을 날카롭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섭외 발표 하루 만에 두 명의 면접관이 사임하면서 '국민면접' 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대선 주자들과 강성 지지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던 김 회계사의 이력을 문제 삼자 발표 2시간 만에 김 회계사 섭외를 철회했고, 뒤이어 부담을 느낀 김소연 뉴닉 대표이사마저도 사임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한 국민면접 면접관으로 김경률 씨(오른쪽)를 선정했다가 당내 반발이 일자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으로 교체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섭외 철회 이후에도 당 지도부의 수습 방안을 놓고 내부 혼선이 계속됐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경선기획단 해체와 지도부 사과를 요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지난 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기획단장인 강훈식 의원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기획단과 중앙당 선관위 간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선기획단은 오는 11일 예비경선 마무리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한 상황을 감안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도부 사과' 요구에 대해선 내부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과정에서 송영길 대표가 당원 게시판에 사과글을 올리는 방안까지 오갔다고 한다. 결국 송 대표는 2일 한 방송에 출연해 "사과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논의 과정이 숙의되지 않았던 면에 대해 지휘 감독 책임자로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 대표는 경선기획단 해체 요구에 대해선 "대선 치르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긴다. 후보들이 절박하니까 충분히 이해한다. 잘 보완해서 끌고 가겠다"며 선을 그었다. 당초 당 대표실 정무 실무진에선 사과하지 않기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성 당원들의 '사퇴' 요구 등 강한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주자들은 경선기획단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논란으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봉합될지 미지수다. 민주당 한 의원은 <더팩트>에 "경선기획단이 사전에 철저하게 검증했어야 하는데 의욕만 앞섰다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고, 새로운 방식 등 과감한 방안을 도입하다 보니 생긴 일이니, 기회를 더 줘 보자는 의견도 있는데 비판이 많은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측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책임한 태도도 비판받았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김 회계사가 '난 그만두지 않았다' 어쨌다고 하는 게 우리한테 중요한 얘기는 아니다"라며 "경선기획단이 정리하는 과정에 (본인이) 알았느냐 몰랐냐는 소소한 문제"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경선기획단의 창의력과 활력이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대선경선기획단 회의. /이선화 기자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도입한 '국민면접관' 논란으로 잡음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흥행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선기획단이 이번 계기로 위축되면서 흥행을 위한 아이디어나 의견을 제시할 때 자기 검열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는 창의력 손상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2의 경선 연기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선 연기를 적극 주장했던 정세균·이낙연 후보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경선 준비가 제대로 돼야 공정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했는데 우려한 바가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경선이 진행 중인데 기획단을 교체하라고 하는 건 경선을 뒤로 늦추자는 주장이다. 그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선 연기론은) 이미 끝난 이야기인데 자꾸 말하는 건 캠프 측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논란이 일단락되더라도 향후 경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 간 '경선 일정' 갈등 불씨가 재점화, 당 내홍이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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