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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청와대 '인사 실패'…제도 보완으로 해결한다고?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훈훈하게 끝난 민주당 대선주자 모임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공명선거·성 평등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9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어. 요즘 화제인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에 자극받은 건지 경선 흥행을 위한 방법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행사였어. 대통령 '취업준비생'인 주자들을 기자들이 면접 보는 콘셉트로 진행됐는데, 특히 후보 1명이 다른 후보를 콕 짚어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너 나와' 행사가 주목됐지. 날카롭고 민감한 질문으로 경쟁자를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어.
-결과부터 말하면 다소 싱거웠다는 평가가 많아. 후보 간 신경전이 예상됐지만, 서로 '덕담'을 주고받고 상대의 장점을 열거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어.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기도 하고. 또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은 무엇인가", "'조국 사태'에 대한 생각을 밝혀 달라", "양향자 의원을 출당 조치해야 하는가" 등 민감한 공통질문에 유력 주자인 이재명, 이낙연 후보는 손조차 들지 않았어. 이 지사는 7개 공통질문에서 답변 횟수가 청년 문제 해결 등 2번에 그쳤어. 1위 후보로서 몸을 사린 게 아닌가 싶었어. 대신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공세를 퍼부으면서 예상 밖 '원팀' 정신을 발휘했지. 그래서 오히려 눈길을 못 끌고 흥행에 실패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있어. 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서 행사를 생중계했는데, 실시간 시청자는 2000여 명 안팎에 불과했다고 해.
-다만 평소에 대선주자들은 거물급 정치인이라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이날 노타이로 차분히 질문받는 모습은 좋아 보였어. 행사 끝나고 이재명 지사에게 명함을 건넸는데 "더팩트 무서운 곳이잖아요" 하면서 웃더라고. 우리 매체의 대외 이미지가 이런가 싶었어(웃음). 또 인지도 낮은 후보들에게 답변 기회가 생겼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출마 기자회견 후 만난 자리에서 명함을 건네자 "더팩트 때문에 산보도 못 하겠다"며 웃더라고. 대선주자들에게 아마 <더팩트>가 요주의 매체로 비치는가 봐(웃음).
-기자들과의 국민면접이 밋밋한(?) 수준에서 끝났다면, 오는 4일로 예정된 국민면접은 논란이 심각한 상황이야. 민주당은 당초 면접관에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회계사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를 내정했다가, 후보들 반발이 거세지자 2시간 만에 유인태 전 사무총장으로 급히 교체했어. 교체 과정도 깔끔하지 않았어. 민주당은 당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소송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김 회계사가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다시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과정이었고 최종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먼저 발표됐다"고 말을 바꿨어.
-김 회계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사전에 내용 전달이 없었다가 나중에 '양해해달라'고 일방통보했다고 해. 파장은 더 커져서 정세균 후보 등은 경선기획단 전원 사퇴를 요구했어. 기획단 공동단장인 강훈식 의원은 "제 불찰이다"라며 고개를 숙였지. 민주당이 터부시하는 조국 전 장관과도 엮인 문제라 상황이 심각해진 것 같아. 개인적으론 김 회계사의 면접 장면을 기대했는데 특정 후보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닌가 싶어. 원래 취지가 당 바깥의 비판 목소리를 듣자는 거였잖아. 이재명 지사의 말대로 "여유 없어 보이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졌어.
-이후 또다른 국민면접관으로 위촉됐던 뉴스레터 스타트업 '뉴닉' 김소연 대표도 사임했어. 정확한 사임 배경을 알려지지 않았는데, 김 회계사 교체 논란이 커지면서 본인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왔어. 국민면접을 이틀 앞두고 새 면접관을 또 구해야 하는데, 내년 대선까지 긴 레이스를 이제 시작하는 상황에서 출발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아.
◆'영끌 빚투' 의혹에 검찰 기소까지…논란의 靑 인사들
-청와대 인사를 두고 또다시 논란이 계속되고 있네?
-맞아. 잊을 만하면 '인사'와 관련한 새 논란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번 주에는 청와대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시작으로 김한규 정무비서관 농지법 위반 의혹, 이광철 민정비서관 불구속 기소 등 여러 인사들의 문제가 불거졌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상가 두 채(65억4800만 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한 채(14억5000만 원),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근린생활시설(8억2190만 원) 등 91억2623만 원의 자산을 보유하면서, 금융채무는 56억2400만 원에 달해 이른바 '영끌 빚투' 의혹이 제기된 김 전 비서관은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로 해당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자 자진사퇴했어. 자진사퇴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임명 세 달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야.
-지난달 21일 임명된 김한규 정무비서관도 아내가 장모에게서 물려받은 경기도 양평 밭을 경작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둬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었고,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연루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면서 사의를 표명했어.
-인사와 관련한 문제가 계속되는 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인사 검증 부실 비판을 부인할 수 없고,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하면서도 책임자 문책에는 선을 긋고 있어. 추천한 인사수석, 검증하는 민정수석, 이를 종합해 대통령의 판단을 돕는 비서실장까지 모두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 덕분에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주장이 야당에서 나오고 있어.
-다만 인사 논란과 무관하게 김 비서관과 이 비서관이 각각 부동산 투기 의혹, 검찰 기소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절반이 공석이 됐어. 인사 검증과 관련한 일을 하는 비서관 2명이 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들은 사퇴의 변에서 인사 검증 실패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어. 결과론적으로 청와대를 나간 사람은 있지만, 인사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셈이지.
-일단 청와대는 인사 추천 및 검증 시스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인데, 취임 초부터 계속된 인사 논란을 방치하다가 임기를 열 달가량 남긴 시점에서 제도를 보완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고, 효과는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