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직 사퇴' 최대한 미룰 듯…'文정부 실정' 등 민감 질문 회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일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최모 씨의 징역 3년 형 선고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전날(1일) 영상으로 출마 선언한 뒤, 이날 1시간 30분가량 비대면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윤 전 총장 장모의 1심 판결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그간 기사를 통해 많이 봤다. 범죄적 사업을 했는데 각서 썼다고 책임을 면했다는 이야기를 과거에 보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에 엄청난 힘이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사필귀정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을 향해선 "개인적으로 가슴 아플 텐데 잘 대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대의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이날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지사는 경선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뽑히더라도 지사직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선 후보의 공직 사퇴 시한은 선거 90일 전인 12월 9일이다. 지사직을 유지하는 동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없어 선거사무소 개소나 홍보 현수막 게시 등 홍보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 지사는 "언제까지 직을 유지할지는 그때(당 후보 확정) 가서 판단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최대한 (도정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는 "혹시라도 기회를 얻게 돼서 본선에 참여하게 된다고 해도 취임 직후 하고 있던 재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경우는 책상에 앉아서 일하면 아내가 넣어주는 김밥을 먹으면서 48시간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라며 "(재판 당시) 2년 동안 경기도 도정 평가를 전국 1등 받았다. 그사이에도 할 일은 다 했다. 도정은 방향을 정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관료 집단이 벗어나지 않게 격려하고, 못하면 책임을 엄격히 물으면 일이 잘된다. 필요한 지시는 다 하고 있다. (도정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은 당 대선 예비후보 경선 '국민면접' 면접관에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김경률 회계사를 선정했다가 철회한 것을 두고 내부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독한 면접을 통해 국민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고, 당이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방편인데 제가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당이 정하는 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면접관이) 바뀐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당내 반발이 많은데 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라며 "이런 문제들 가지고 지나치게 예민해지면 국민이 볼 때 여유 없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대범하게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전날 대선 주자들이 모두 모인 기자간담회 형식의 국민면접에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소극적으로 답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도 그는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에 대해 "그분 이야기는 이 정도 하면 됐다. 얼마나 더 증명해야겠나. 판단은 국민이 해주실 것"이라고 했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평가 질문에 "문재인 정부 일원이고 민주당의 한 부분을 맡고 있다. 그래서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이 잘했고, 잘못했다고 평가할 입장은 못 된다. 공도 나누겠지만 과도 제 책임의 일부"라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이 지사는 현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 모두가 너무 많이 올랐고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는지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부동산 문제는 마음만 먹고 정확한 정책과 강력한 의지, 신뢰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안정화, 집값을 적정 규모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해법으로 "수요와 공급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사실 어렵지 않다. 문제는 수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익이 없게 만들면 된다. 취득과 보유, 양도 단계에서 불로소득이 불가능하도록 세금을 강화해야 한다. 거래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금융 혜택도 주지 않든지 아예 제한하든지 하면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부동산 가격은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물음에는 윤 전 검찰총장을 저격했다. 이 지사는 "윤석열 검찰이 죄지은 자를 잘 찾아 처벌했다는 점들은 평가할 만한데 선택적 정의는 방치된 부정의보다 더 나쁜 것"이라며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과연 정도를 지켰나.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지나쳤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 장관이나 가족 행위가 불법적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최종 결론은 법원이 내고 법원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법원 결정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그 점에 대해선 조 전 장관 가족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도 먼지 털리듯이 털렸고 지금도 털리고 있다. 지금도 (검찰이) 열심히 저를 수사하고 있다"며 "공직자는 털어도 먼지가 안 나도록 준비해야 한다. 저는 인생을 살면서 최소한 공직에 관한 한 먼지 한 개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수없이 수사당하면서도 살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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