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박스권' 이재명, 돌파구는 윤석열과 맞짱?

이재명 경기지사가 여권 내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20%대에 머물며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 토론회에 참석한 이 지사. /국회사진취재단

"차별금지법, 尹 먼저 답하라" 도발…경선 문제 해소 과제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 기자] "작은 흐름이나 격랑들은 다 지나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계속 밀린다는 분석에 대해 내놓은 말이다. 그러나 그의 덤덤한 입장에도 이재명계 내부에선 '박스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이낙연 전 대표·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反이재명 전선'의 공세와 이준석 현상이 몰고 온 '세대교체 바람' 등 지지율 반등을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쌓여 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을 도발하며 지지율 역전을 꾀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여권 지지율 1위지만, 좀처럼 30%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32.5%로 처음 30%대를 넘은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 실시, 세계일보 의뢰, 1월 26∼28일 조사기간, 전국 18세 이상 1010명 대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후 30%대에 안착하지 못했다. 지난 12일 PNR리서치 여론조사(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 의뢰, 만 18세 이상 1009명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5.1%, 이 지사는 26.2%를 기록하며 오차 범위 밖인 12.9%포인트 격차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의 7~9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단독 1위를 달려오던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에게 옆자리를 내주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공식적인 정치 데뷔가 임박한 윤 전 총장을 도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우당 이희영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 전 총장. /이동률 기자

이 지사가 직면한 당 안팎 상황도 여의치 않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본격적인 공개 행보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고, '30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당선으로 반사 효과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성난 부동산 민심에 하락세인 민주당 지지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당 내부에선 개헌론과 대선 경선 일정·방식으로 똘똘 뭉친 '反이재명 전선' 공세도 연일 거세지고 있다.

이 지사는 우선 대권주자 선두인 윤 전 총장을 조속히 검증대로 세우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전 총장 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 "검사 상대로 진정 고발이 1000건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하필이면 그중에 이걸(윤 전 총장) 골라서 면죄부를 주려는 건 아닌가 생각이 좀 드는 것"이라고 저격했다. 보수와 진보 진영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이 먼저 대답한 다음에 제가 대답하는 걸 생각해보겠다"고 도발했다. 젠더와 성 소수자 이슈는 대선 국면에서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표심을 가르는 의제로 꼽힌다. 쉽지 않은 쟁점 현안을 윤 전 총장에 넘겨 검증대에 세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당내 경쟁주자들에 대해선 그들이 주장하는 대선 경선 연기론과 개헌론에 대해 더 강하게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지사는 "한 때 가짜 약 장수들이 기기묘묘한 묘기를 부리거나, 평소 잘 못 보던 희귀한 동물들을 데려다가 사람을 모아놓고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며 직격타를 날렸다.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등 경쟁자들이 '흥행'을 명분으로 한 대선 경선 연기와 경선방식 변경을 주장하자 정면 비판한 것이다. 역시 '反이재명 전선'에서 주장하는 개헌론에 대해서도 "(개헌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방역과 민생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선을 그었다.

이 지사와 측근들은 대선 경선 연기와 개헌론 등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15일 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는 이 지사. /국회사진취재단

당내에서 확장한 이 지사의 우군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 지사의 전국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대표를 맡으며 '이재명계'로 꼽히는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경선 연기는 원칙과 민심을 거스르고 대선 승리를 위태롭게 하는 '명분 없는' 일"이라며 "일부의 당심으로 민심을 거스르는 것은 (대선) 필패의 길"이라고 친문 진영을 저격했다. 이날 민주당 초선 의원모임인 '더민초'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일정 연기를 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리자고 주장했지만, 이 지사와 가까운 김남국·이규민 의원 등은 반대하며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이번 주 연달아 지지 조직 모임에 참석해 '세몰이'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날 원내 지지모임인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 포럼'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연구재단을 계승한 민주평화광장 공동 주최 좌담회를 시작으로, 16일에는 이 지사의 안방인 경기에서도 민주평화광장이 출범한다. 이 지사는 오는 17일 '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와도 만날 예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에 맞대응하는 것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도 안 했는데 먼저 때릴 경우 '밀리고 있구나'라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을 (지지율 반등을 위한) 대상으로 삼기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윤 전 총장 대응은 뒤의 문제이고 지금 이 지사가 지지율을 돌파하려면 당내 현안에 뭔지에 대해 전향적으로 고민할 점이 있어 보인다"며 "이 지사가 당내 경선 룰을 수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내의 소모적인 분란을 종식하고 당내 주류에도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차단할 수 있으며, 국민에게도 '유불리만 따지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평론가는 또 이 지사가 20·30세대와의 소통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상화폐 문제나, AI산업, 페미니즘 문제 등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주제로 논쟁을 벌여야 한다. 이 지사가 20·30세대들에게도 통한다면 굉장한 효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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