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 윤석열 답하는 것 먼저 보고"
[더팩트ㅣ용산구=박숙현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수사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성공포럼 공동 주최 '6·15기념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수처가 최초 1호 수사로 조희연 전 교육감을 택한 것부터 지켜보는 중인데 더 신중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은 수사기소권, 재판권을 가진 사람들을 견제하는 게 제1 목표인데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윤 전 총장 수사는) 좀 어색했다"며 "검사 상대로 진정 고발이 1000건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하필이면 그중에 이걸(윤 전 총장) 골라서 면죄부를 주려는 건 아닌가 생각이 좀 드는 것이다. 제가 그런 게 아니고 그런 의심을 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심을 하는 분들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의심의 여지 없이 공수처가 잘한다는 소리를 듣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 윤 전 총장에 공을 넘기기도 했다. 이 지사는 전날(14일) 국회 국민 청원 10만 명 동의를 얻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는 '차별금지법 제정' 입장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저도 거기에 의견이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윤 전 총장이 먼저 대답한 다음에 제가 대답하는 걸 생각해보겠다. 그게 여러분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가 이날 당 지도부에 논의를 요청하는 등 대선 경선 일정 문제를 둘러싼 혼란 가중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변한 건 없다. 정치에서 신뢰가 중요하고 신뢰는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데서 온다"며 여전히 '대선 경선 연기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정치에서 흥행의 길을 가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국민의 절절한 삶의 현장과 뜻이 정말 중요하다"며 "국민을 가르쳐서 잘못 가고 있는 방향을 바꿔버리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한때 가짜 약장수들이 기기묘묘한 묘기를 보이거나 평소 잘 못 보던 희귀한 동물을 데려다가 사람을 모은 다음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식으로 약 팔 수 없다"며 경선 흥행 방식을 논의할 때라는 당내 일각의 시선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우리가 합의한 원칙들,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가면서 가능한 방법이라면 최대한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국민이 정치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대표 등 대권 경쟁주자들이 띄우고 있는 개헌 주장에 대해선 "87년 체제가 아주 오랫동안 계속돼 왔기 때문에 변화한 시대 상황과 국민요구에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 4년 중임제, 인권보장 강화, 환경 문제, 토지공개념 강화를 포함해 헌법 개정이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방역과 민생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백범 김구 선생이 시해당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 운명은 지금 어땠을까 생각해본다"며 "역사의 한순간에 어떤 한 사람의 행동이 역사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기도 하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현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고도화하되 중국과의 관계는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것처럼 전략적 협력동반자의 관계를 좀 더 발전시켜서 진영 간 갈등이 우리에게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