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동산 의혹' 칼 빼든 송영길호…강한 리더십으로 민심 돌파?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이 있는 12명의 소속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 및 출당 조치를 전격 결정했다.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 /이선화 기자

일부 반발에도 의혹 의원 12명 탈당 조치 강행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불법 거래 의혹'을 받는 12명의 소속 의원에 대해 자진 탈당 및 출당 조치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당에 명단을 제출한 지 하루 만에 내린 파격 조치다. '부동산 투기 의혹 미흡 대처'가 4·7 재·보궐선거 참패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 만큼 신속 대응으로 여론을 환기하고, 야당으로부터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8일 권익위가 밝힌 '부동산 거래·보유 불법 의혹' 관련 12명 의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10명(김주영·김회재·문진석·김한정·서영석·임종성·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에 대해선 '자진 탈당'을 권유, 비례의원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에 대해선 자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출당' 조치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본인 소명이 미흡한 의원에 한해 수사·사법기관의 무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자진 탈당이나 출당을 권유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소명 절차를 생략하고 의혹을 받는 의원 전원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소극 대응할 경우 자칫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소명을 듣지 않고 결정했다"라며 "그만큼 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대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자진 탈당을 권유받거나 출당 조치가 예정된 민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우상호·김한정·양이원영·오영훈·김회재 의원. /남윤호·이선화 기자

강경한 대응을 통해 돌아선 '부동산 민심'에 호소하고 국민의힘과의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보면 잘못이 확인되기 전에 탈당 조치하는 일은 없었는데, 조금 더 엄격하게 잣대를 댄 거 아닌가 싶다"라며 "야당도 같은 잣대로 조사에 응하라는 뜻이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마음 아프더라도 하루빨리 의혹을 해소하고 당에 들어오길 바란다는 게 대다수의 뜻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고 수석대변인도 해당 의원들이 수사 후 무혐의를 거쳐 복당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개인 의견이지만, 수사를 받으면 상당수 의원은 의혹을 벗고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권익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의힘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이행하겠다며 "당권 주자 다섯 분이 소속 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결의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현희 전 민주당 의원이 권익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권익위원회의 이번 부동산 투기 조사는 사실상 '셀프 조사', '면피용 조사'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권익위 발표를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에 소속 의원 102명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하겠고 밝힌 뒤 민주당도 감사원 조사를 하라고 맞대응했다. 민주당은 감사원법상 국회 소속 공무원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조사를 의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 대표가 취임 약 한 달 만에 칼을 빼 들면서 강한 리더십을 보였지만 당내 반발을 수습해갈지가 관건이다. 일단 지도부는 "당이 결단을 내렸으니 의원들이 선당후사 정신으로 해주길 기대한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자진 탈당 권유나 출당 조치 대상인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공당으로서는 취해선 안 되는 행동을 했다"고 질타하는 등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김회재·김한정·오영훈·우상호·양이원영 의원은 당 지도부가 사실관계 확인이나 소명 절차 없이 탈당을 권유했다며 불복 의사를 전했다. 윤미향·문진석·서영석·윤재갑 의원은 당 입장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김주영·임종성·김수흥 의원 측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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