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설렁탕' 언급 '기본소득' 난타전 직접 뛰어든 까닭은?

기본소득을 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여야 일부 인사의 설전이 6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는 이 지사. /남윤호 기자

6일째 온라인서 '기본소득' 논쟁…"정책 경쟁 긍정 신호"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여권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을 놓고 여야를 막론하고 난타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 지사는 자신의 대표 브랜드 정책인 '기본소득' 시리즈를 대중에 적극 알릴 수 있고, 이에 반대하는 대권주자나 야권 인사도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윈윈' 구도라 당분간 논쟁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본소득' 난타전은 이 지사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브히지트 베너지 교수를 언급한 한 언론의 칼럼을 소개하며 시작됐다. 이 지사는 베너지 교수가 저서를 통해 모든 국민에 연간 10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며 기본소득론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했다. 그는 지난 4일에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베너지 교수와 (기본소득을) 사기성 포퓰리즘이라는 유승민 전 의원 모두 경제학자라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라며 선별지급인 '공정소득'(니트·negative income tax)'의 우월성을 주장한 유 전 의원을 저격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하루에 2~3차례 페이스북 글로 이 지사를 맹공격하고 있다. 2020년 6월 17일 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1차회의에 참석해 인사말하는 윤 의원. /남윤호 기자

같은 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참전하며 논쟁은 고조됐다. 윤 의원은 "존경받는 개발경제학자 베너지-듀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며 이 지사를 맹비난했다. 그는 베너지-듀플로 부부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중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는 대목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도 "(이 지사 주장은) 잘못된 인용이자 왜곡"이라고 저격했다.

여권 내 대권 경쟁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가세했다. 그는 "자신의 논조와 비슷한 부분만 발췌해 주장의 타당성을 꿰맞추는 것은 논리의 객관성이 아닌 논지의 왜곡"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지사가 5일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 선진국이 맞지만, 복지만큼은 규모나 질에서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고 발언하며 논쟁은 새 국면을 맞았다. 이 지사 주장에 윤 의원은 "노벨상 수상자 말씀을 금쪽같이 여기시는 이재명 지사가 '선진국에는 기본소득이 적절치 않다'는 베너지·듀플로 교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기본소득을 고집할 길을 찾아 헤매신 모양"이라며 쏘아붙였다.

설전이 오가는 가운데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비판한 네티즌들에게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거나 이해능력을 더 키워보라"며 직접 대응했다. 이에 윤 의원은 7일 "정책 수요자에게 (기본소득을) 이해하려 노력하라고 하다니 이게 무슨 신학논쟁인가"라며 "신앙에 버금가는 믿음을 동원해야 정치인의 사고 구조나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의 지속된 공세에 이 지사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 "간판은 설렁탕집인데 파는 것은 돼지국밥"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는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1호를 언급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안심소득, 공정소득을 주장하는 것을 언급하며 "장사 잘되는 원조설렁탕집 부러워 코앞에 '설렁탕전문'집 낸 건 이해하는데, 돼지국밥 팔면서 설렁탕 비난하려면 '설렁탕전문' 간판부터 먼저 내리는 게 예의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국민의힘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삶의 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라며 "한정된 재원으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방안들을 넓게 포괄하는 상위개념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횡설수설로 밑장빼는 걸 가리는 건 이제 그만하시고, 본인의 생각이 뭔지 조용히 들여다보시고 정리하시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권 차기 대통령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가 '기본소득' 논쟁에 직접 나서는 것을 두고 이재명계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의원은 "기본소득은 접근 방법, 시기, 수준이 문제이지 피할 수 없는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이 지사가 그에 대해 직접 대응은 안 했으면 싶다. 다른 의원들이 나서서 하면 좋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직접 나설 경우 말실수를 하거나 대권주자로서 야당 초선 의원과 설전을 이어가는 모양새가 대권 행보에 자칫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기본소득' 비난 주장이 심하게 왜곡돼 이 지사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지사 측근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많이 (반박)해주고 계시긴 한데 (반대하는 쪽이) 전혀 기본도 안 돼 있고 흠집 잡기만 하고 있어서 (이 지사가) 원칙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베너지 교수와는 이번 기본소득 박람회 때도 많은 소통과 공감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데 (윤 의원은) 그런 내용도 모르고 베너지 교수 책 내용도 다 읽어보지 않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6일째 이어진 '기본소득' 논쟁이 소모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긍정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기본소득'은 이 지사의 상징 자본이다. 파괴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본 시리즈가 화두가 되면 이를 주도한 이 지사에게 유리할 것이다. 논쟁하면 할수록 국민 사이에서 '기본소득 해볼 만하네' 이런 흐름이 생길 수 있다. 이 지사는 이를 노리는 것"이라며 "(다른 인사들도) 안심소득, 공정소득으로 이름을 바꿔 맞불을 놓아서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정책 경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도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역이나 진영 다툼을 지겹도록 봤다면 이번에는 정책 경쟁을 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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