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솔솔…이재명, 웃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당정의 올해 2차 추경 검토와 관련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듭 제안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인사하고 있는 이 지사(왼쪽)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남윤호 기자

당내 경선 맞물려 '기본소득' 홍보 효과 관측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백신 접종이 확대되는 하반기 소비진작을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 지급에 무게를 싣고 있다. '보편 지급'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젠다 선점 효과를 누려 차기 대권에 바짝 다가갈지 관심이 쏠린다.

여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적 재정 투입'을 언급한 이후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기정사실화한 분위기다. 추경안에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안과 국회가 논의 중인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소급적용안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장 보편 지급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계층 집중 지원과 완화적 통화정책, 그리고 전 국민 재난지원을 포함하는 추가경정 예산안의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편 재난지원금' 아젠다는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300명, 정부에 편지를 보내 전국민 대상 4차 재난지원금을 건의했다. 하지만 당과 청와대는 '코로나19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맞춤형 지원을 결론 내린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는 지자체 차원에서 보편 지급하겠다는 이 지사와 충돌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 지사에게 "지자체의 자율권은 존중하지만, 정부의 방역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고 권고했고, 이 지사는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등 숨 고르기를 한 뒤 전 도민 대상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이번에도 여권에서 추경 편성 움직임이 나오자 지난달 31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선별보다 보편 지급이 더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득 양극화를 완화한다며 "이번 추경의 핵심은 당연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2차 전국민재난지원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차 추경안 재난지원금 방식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내 삶을 지켜주는 경제 정책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하고 있는 이 전 대표. /남윤호 기자

반면 여권 '빅3'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재난지원금' 방식을 두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맞춤형과 전국민 지원을 포괄하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당초 한정적인 재원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선별적 지급을 우선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자 '선별+보편' 병행 지급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의 반발로 맞춤형 지원을 먼저 실시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번에도 코로나19 추이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 최측근인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기본적인 방침은 어려운 계층에게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하며, 방역이 성공적으로 되고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면 전국민 대상 지급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백신 상황이 예약률이나 접종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 (전국민 지급) 필요가 있겠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그 역시 존중하는 입장이다. 어쨌든 현재는 방역 상황을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 조만간 분명하게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전 총리 역시 4차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언급하며 선별지급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지사를 향해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이후 4개월 뒤 '경기진작용'을 강조하며 '보편 지급'으로 선회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청년 지지모임인 '균클라스' 출범식에서 "경제가 안 좋을 때는 소비가 미덕이다. 소비를 해야 경제가 선순환이 된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올해 2차 추경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는 코로나19 상황 악화를 근거로 선별 지원을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KBIZ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화에 참석, 인사말하는 정 전 총리. /남윤호 기자

당정이 올해 2차 추경안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확정할 경우 9월 당내 경선과 맞물려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이 홍보 효과를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보편적 재난소득 지급론자인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양극화 완화와 지속성장을 모두 아우르는 복지정책이자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하면서, 재난지원금 역시 기본소득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3월 페이스북에서 "경제효과와 복지효과가 컸던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이 연간 몇 회 건 정례화되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지사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은 재난기본소득으로 포함된다. 다른 대권주자들은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이) 재난 상황에서 어려운 분들을 도와드리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 지사가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고통받는 경제를 살리고 서민도 소비 효과를 안게 되는 경제정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주자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차별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자들이 복지 정책의 측면에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접근하는 반면, 이 지사는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의 연장선에서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논의와 함께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둘러싼 민주당 내 논의는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내 대권 경쟁자들은 선두주자인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 연일 협공하는 모양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기본소득은 AI(인공지능) 혁명이 일어나 일자리가 줄면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다분히 학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얘기"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정 전 국무총리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기본소득이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 등을 들며 "현 시점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전 대표도 최근 "아직은 검증할 여지가 너무나 많고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지난달 31일 "전례가 없다고 포기하면 유능한 추격자는 몰라도 영원히 선도자는 못 된다"고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한편 야당은 민주당의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에 반발하고 있어 올해 2차 추경안 추진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강민국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500만 자영업자들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작 처리해야 할 건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이라며 "재난지원금을 얘기하는 민주당은 이해될 수가 없고, 안이 전혀 안 나와서 허공에 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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