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갑툭튀' 계파 논란, '도로 새누리당' 국민의힘

최근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나선 중진들은 계파 논쟁을 띄우며 상대 후보를 공세했다. 지난 25일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수 싸움 밀리는 중진 띄운 '계파 논쟁'이 불편한 이유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어렸을 적 자주 본 무협만화엔 1인자와 2인자의 일대일 대결 장면이 자주 나오곤 했다. 둘의 싸움 실력은 막상막하였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던 순간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승부에서 밀리던 2인자가 싸우다말고 흙 한 줌을 쥐어 주인공을 향해 뿌리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겠나.

어린 눈에도 그렇게 비겁해 보일수가 없었다. 그가 흙을 던져 버리는 바람에 싸움 자체의 의미를 망쳐버렸다. 또 자신이 불리한 상황임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 손에 땀을 쥐고 싸움을 지켜보다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정국에서 때 아닌 '계파 논쟁'이 불거졌다. 유력한 당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쏘아올린 이른바 '유승민계' 계파 논란이 활기찼던 전당대회를 맥 빠지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향해 "그 계파는 어느 특정 대통령 후보를 밀고 있는데 그러면 다른 후보들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들어올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중진인 주호영 의원도 "계파정치의 피해자였던 '유승민계'가 전면에 나서 계파정치의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외치는 국민의힘에서 다시 계파 논쟁이 불거진다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5일 열린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나선 당 대표 후보들. 사진은 왼쪽부터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조경태, 김웅, 윤영석, 주호영, 홍문표, 김은혜, 나경원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최근 당권경쟁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선 이 전 최고위원에 이어 나 전 의원, 주 의원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제기한 계파 논란은 무협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흙 한 줌'과 같다. 흙은 싸움에서 견제가 아니라 반칙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계파 싸움이 가장 극에 달했던 지난 2016년 새누리당 이후 이름을 세 번이나 바꿔가며 혁신과 쇄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해가 지날수록 계파 색은 옅어졌고, 최근 원내대표 선거 때까지도 '친박·비박'이라는 용어가 사용됐지만 여파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또 다시 '계파'라는 말이 변화를 외치는 당권주자의 입에 언급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동안 쌓아온 변화와 쇄신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성 초선으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은혜 의원은 현 상황에 대해 "단 하루만에 '축제'에서 '막장'으로 변질됐다"며 "신선한 충격으로 넉넉히 품어내고 페어플레이를 솔선수범해야 '경륜' 아니겠나? 더 나은 대안으로 당당하게 경쟁하시라"고 중진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느닷없는 '계파' 낙인으로 전당대회를 순식간에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가면서 무슨 '공정한 대선관리'인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차기 대선의 주요 의제가 '공정' 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그토록 비판했던 '과정의 공정'을 보여주지 못할 때 돌아올 화살을 경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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