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으로 주거권 보장" 사실상 대권 선언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광주를 찾아 전직 대통령 사면(赦免)을 건의한 것과 관련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고 호남 구애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초 저는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 사이의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했다"며 "그러나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그 잘못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월 1일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가 호남 지역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선 주자 지지율도 선두 자리를 내준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그 후로 저는 아픈 성찰을 계속했고, 많이 깨우쳤다"며 "앞으로 국민의 뜻을 살피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발표한 '광주 구상'에서 헌법상 국민 기본권에 '생명권'과 '안전권', '주거권'을 신설하는 개헌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주거권에 대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고가주택이 아닌 1주택자 장기 거주주택의 세 부담 완화, 전·월세 거주자의 주거복지를 위한 근거로서 필요하다"며 토지공개념에 대해서도 "토지로 인한 불공정, 불평등을 개선하도록 좀 더 구체화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광주∼대구 KTX와 달빛내륙철도 건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포함, 광주군공항 이전 사업 조속한 추진 등 호남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확충도 언급했다.
아래는 이 전 대표의 광주선언 '내 삶을 지켜주는 민주주의'의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저는 지금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둔 광주에 있습니다. 아직도 광주는 그날의 상처를 아파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를 기억하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는 다짐도 들립니다.
저는 전남에서 나고 광주에서 자랐습니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라는 모교 학생탑의 가르침은 제 생애를 지배해 왔습니다.
오늘까지 저를 키워주신 광주 전남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제가 광주 전남을 비롯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일도 있었음을 고백하며, 깊이 사과드립니다.올해 초 저는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 사이의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것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그 잘못을 사과드립니다. 그 후로 저는 아픈 성찰을 계속했고, 많이 깨우쳤습니다. 앞으로 국민의 뜻을 살피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주전남 시도민 여러분!
80년 5월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가장 참혹한 희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습니다.
5.1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그로부터 7년 후 단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습니다. 1987년 헌법체제는 광주에서 싹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80년 광주는 주먹밥과 헌혈로 연대와 상생을 실천했습니다. 그것이 지난해 대구경북의 코로나 환자를 위해 광주의 병동을 비우는 일로 발전했습니다. 광주는 상생형 일자리 1호를 만들었고, ESG 선도도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5.18은 국내를 넘어 세계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승화됐습니다. 홍콩 시민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항거했습니다. 미얀마 국민은 광주를 생각하며 목숨을 건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5.18로부터 41년이 지났습니다. 5.18 진상규명 등 미완의 과제에 대해서는 그 완성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대한민국과 광주의 미래를 개척해야 합니다.
우리는 5.18 이후 7년의 기다림 끝에 직선제 개헌 등 정치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기 위한 개헌에 나설 때가 됐습니다.
87년 헌법이 시행되고 34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장기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국민의 손으로 교체하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회 각 분야가 승자 독식의 구조로 굳어지며 불공정과 불평등이 광범하게 심화됐습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과 기후 위기,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겹쳤습니다.
그런 변화가 사람들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산업과 사회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삶을 불안해 합니다. 불공정과 불평등을 수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국가의 새로운 역할을 요구합니다. 내 삶을 나라가 지켜주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국가 운영의 틀을 바꾸기를 국민은 갈망합니다.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헌법이 수용해야 할 때가 이미 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주의 성지 광주에서 ‘내 삶을 지켜주는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을 국민 앞에 제안드립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한 개헌은 국민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를 축으로 합니다. 기본권 강화는 내 삶이 국가의 더 강력하고 세밀한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불평등 완화는 승자 독식의 구조를 상생과 협력의 구조로 바꾸어 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개헌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헌법에 국민의 생명권, 안전권, 주거권을 신설하기를 제안합니다. 특히 주거권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과 고가주택이 아닌 1주택자 장기 거주주택의 세 부담 완화, 전월세 거주자의 주거복지를 위한 근거로서 필요합니다.
아동, 노인, 장애인, 소비자의 권리도 새로 규정해야 합니다. 이미 헌법에 있는 환경권, 노동권, 교육권은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로 인한 불공정, 불평등을 개선하도록 좀더 구체화하기를 바랍니다. 지방 소멸을 막고, 지방재정분권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국가균형발전의 내용을 명료하게 규정했으면 합니다.
이제까지 아홉 차례의 개헌은 국민의 권리보다 권력구조에 집중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삶은 헌법으로부터 점점 멀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합니다. 이번 개헌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 각 후보들이 공약하고,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바로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80년 5월 광주정신은 민주, 인권, 평화입니다. 그 후 민주도, 인권도, 평화도 신장됐습니다. 그러나 어느 것도 완성되지는 못했습니다. 민주도, 인권도, 평화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는 영원한 과정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인권, 평화를 향해 쉬지 않고 전진해야 합니다. 그런 대한민국을 위해 저도 한 몸 바쳐 싸우겠다고 다짐합니다.
끝으로 광주의 미래를 위해 두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광주~대구 KTX,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시킬 것을 정부에 촉구합니다. 이 철도는 국가균형발전과 동서화합을 위해 긴요합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습니다. 이 철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아직까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잘못입니다.
둘째, 광주군공항 이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정부에 요구합니다. 국방부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국방부는 소극적입니다.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청와대와 총리실이 나서주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