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에 미운털…반감 정서 극복 주목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대선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규모 전국 지지 모임을 띄우며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도 채비에 나서며 여권의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당내 대선주자 간 경선 일정 연기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 신경전 양상도 보인다. 독주하고 있는 이 지사를 향한 견제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지사는 자신에 대한 강성 친문(친문재인)계의 비토 정서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조사 결과, 이 지사 24.4%, 이 전 대표 13%, 정 전 총리 4.3%로 집계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 지사는 20% 중반대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며 여권 내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6월 말 또는 7월 초 예비경선을 치른 뒤 9월 초까지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만큼 이 지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친문 진영에서 경선 연기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 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당황스러운 상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연기론을 주장했다.
당장 현 흐름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전 대표가 활동폭을 넓히며 이 지사를 추격하는 양상이지만, 현재로서는 지지율 격차가 크다. 이는 정 전 총리와 다른 군소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두 자릿수 격차를 추월하려면 이 지사의 실정이나 굵직한 정책으로 민심을 사로잡아야 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대선 경선 연기 여부와 민주당의 주류 세력인 '문심'의 향배에 따라 판세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친문 세력이 특정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비문(비문재인)' 이 지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친문 정서상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광재 의원도 거론된다. 이들 모두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진영에서 제3 후보론 불씨가 꺼지지 않는 이유다. 결국 경선 연기론과 정국을 강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폭로 배후설 등을 고려하면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반감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친문 성향 지지자들의 '이재명 비토'는 19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영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친문 성향 당원들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문 핵심 인사인 전해철 당시 의원을 경기지사 후보로 적극 지지했다. 혜경궁 김씨 논란부터 LH 사태 때 등 정치적 변곡점마다 탈당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압도적으로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선 친문을 끌어안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친문 성향 당원들의 극심한 견제가 여러 차례였다는 전례를 볼 때 대권까지는 험난한 길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경선 연기에 반대 입장을 밝힌 이 지사는 친문 반감과 관련해 "결국 국민의 뜻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큰 비중을 두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