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분열 양상 속 '낙마 불가피' 기류…지도부는 의견 수렴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임혜숙·노형욱·박준영 장관 후보자들 가운데 일부는 임명이 불가하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와 당·청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어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12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중 최소 한 명을 낙마시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임명 강행 의지를 나타낸 데 이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이후 집단 반발이 나온 것이다.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더민초’ 소속 김영배 최고위원은 이날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결정적 하자가 없지만, 야당의 발목잡기와 정쟁에 더이상 여당으로서 책임을 방기할 수 없다"며 "국민 눈높이 등을 고려하면서 최소 한 명 이상의 후보자들에 대해서 결단을 해줄 것을 청와대와 지도부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오는 14일까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최대 10일 이내 범위 내에서 나흘을 기한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임명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상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당 일각에서도 불가론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최소한 임혜숙, 박준영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따라서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송영길 당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도 이날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로 견해를 밝혔다.
대부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반대 이유를 들고 있다. 임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과 가족을 동반한 외유성 출장 논란 등에 휩싸였다. 박 후보자는 배우자의 고가 도자기 밀수 및 판매 의혹을 받고 있다. 노 후보자는 자녀 위장전입과 관사 재태크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가운데 당내에선 후보자 3인이 결격 사유가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각 후보자를 검증한 해당 상임위원회는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낙마할 정도의 큰 결격 사유는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점차 세 장관 후보자의 불가론이 당내에 확산하면서 이제는 의견 일치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난 의원총회에서도 세 장관 후보자 거취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왔고, 저마다 생각이 다 다를 수가 있다. 누구 말이 맞고 틀렸다는 식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당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총의를 모으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내부 분열 양상과 당·청 갈등 조짐에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문 정국이 파열음을 내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발에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독주에 대한 비판 제기와 여론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일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다면 부실 검증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레임덕 가속화도 우려된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송 대표가 취임 이후 당이 주도하는 당·청 관계를 강조해온 만큼 당내 커지는 반대 의견을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4일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날 재송부 시한과 겹침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세 후보자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