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사 앞 찾아간 지지자들…"개혁이 민생이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7 재·보궐선거 이후 당내 노선이 민생 정책 중심으로 변화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문자 폭탄' 등으로 강하게 반발했던 더불어민주당 열성 당원들이 민주당 당사 앞까지 찾아가 "개혁이 민생"이라며 개혁을 늦추지 말 것을 요구했다. 당내 '강경파'도 개혁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영길 신임 당 대표는 취임 후 '민생'에 무게를 뒀지만, 개혁 노선 행보도 보이고 있다. 새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여당이 아직 노선을 분명히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11일 오후 5시께 민주당 당사 앞에서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로 구성된 (사)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관계자 20명가량이 모여 '개혁 촉구' 집회를 열었다. 전날에 이어 2일째다. 개국본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광주, 제주, 안동, 전남, 부산, 전북 전주, 군산, 충북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개국본 측은 "개혁 없이 민생은 있을 수 없다"라며 당 지도부에 검찰 개혁 등을 조속히 마무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한 인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 때 얼마나 잘 해냈나. 이해찬 전 대표도 개혁과 민생을 차근차근히 했기 때문에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만들어줬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지난 8월 당선된 지도부는 8개월간 시간 낭비만 하고 죽도 밥도 안 됐고, 개혁도 못 했고, 민생 성과도 없었기 때문에 참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송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추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사례를 배워야 한다"라며 "개혁은 뒷전이고 민생만 챙기겠다. 민생에 올인하겠다는 건 완전히 잘못됐고 패배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강동진 (사)개혁국민운동본부 주임은 <더팩트>에 "5월, 6월이 지나면 휴가철, 대선 국면이라 개혁하라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이때밖에 없겠다 싶어서 나왔다. 또 새 지도부가 꾸려졌으니 개혁과 동시에 민생도 같이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요구를 더 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 주임은 재보선 이후 민생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선 대선 국면에서 민생으로 안정되게 가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이라며 "하지만 일반 시민은 개혁이 끝까지 정리돼야 민주당을 믿을 수 있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 마무리가 안 되고 민생만 챙긴다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민생만 이야기하다 끝나버리면 '쟤네는 저거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흐지부지 끝나네' 하는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자 폭탄이 과도한 행위라는 지적에 대해선 "이전에는 시위를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모일 수 없어서 문자 폭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모여 민주당에 요구할 수 있었던 방법이 있었다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열성 당원들이 오프라인에서 첫 집회를 열었을 때 공교롭게도 당내 강경파들은 온라인에서 '개혁 민생론'을 설파했다. 당원들의 '개혁' 요구에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개혁 없는 민생은 없다"며 "검찰·언론 개혁 대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은 국민과 개혁 집권 세력을 이간질하고 개혁 진영 내 분란을 키워 개혁의 힘을 빼려는 반간계(反間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같은 날 한 라디오에서 "민생이 시급한 과제"라면서도 "촛불혁명 이후 21대 국회에 국민들이 요구해온 검찰·언론 개혁을 어떻게 해나갈지도 과제다. 검찰·언론 개혁을 분명히 추진하겠다"고 개혁 의지를 밝혔다.
대표적 강경파인 김용민 최고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다 개혁을 강조했던 분들"이라며 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당내 모임 '처럼회'의 향후 활동에 대해 "당 지도부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거나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하면 또 건강한 비판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세력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임과 재보선 과정에서 주춤했던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추진에 대해선 "이미 사회적 합의는 다 되어 있고 법안까지 다 만들어져 있는 개혁 과제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개혁을 추진하면 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임기 종료와 함께 활동을 마무리했던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 산하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태스크포스(TF) 의원들도 전날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강경파와 열성 당원 요구에 '민생 노선'을 천명해왔던 송 대표도 주춤하는 모양새다.
앞서 그는 대표 선출 이후 수락 연설에서 5대 핵심 과제(부동산, 백신, 반도체, 기후변화, 한반도 평화와 번영) 중심으로 풀어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취임 후 부동산·백신·반도체 관련 태스크포스(TF) 설치 등 민생 정책을 우선순위에 놓았다. 검찰개혁특위 구성을 뒤로 미루고, 김진표 의원을 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교체한 것도 '민생 중심 노선' 행보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송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같은 민주당이라는 공약수를 가지고 여러 가지 개혁을 협력해나갔으면 한다"며 개혁 입법과 활동 등을 협력하자고 말했다. 또 "진보 보수를 떠나 올바른 언론 환경을 위해 언론 개혁 분야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 대표가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민주개혁 진영이 침체해 있다는 이야기가 일부 있다"라며 "민생과 개혁이라는 두 개의 바퀴를 힘차게 돌리면서 결코 흔들리지 않고 신나게 달려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 데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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