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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수(51,849,861명) 대비 16.7%, 선거인 수(43,362,250명) 대비 20%, 즉 유권자 10명 중 2명은 정당 당원이다.(2019년 기준) 당내민주주의가 발전해가면서 이들이 소속 정당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4·7 재·보궐 선거를 계기로 '당심과 민심' 논쟁은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당원들의 목소리를 잘 모으면 민심에도 가까워지는 걸까. 당원의 총의가 잘 반영되고 있기는 한 걸까. <더팩트>는 당원들의 역할과 권한의 확대 과정을 살피고, 각 당이 당원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절차를 비교분석 했다. 또, 당심과 민심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온건 당원 공간 확보하고, 강성 당원은 자제해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정당은 그 목적ㆍ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헌법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정당활동 목적도 궁극적으로는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정당법에 나와 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선 당심을 좇다가 민심을 놓치고, 민심만 따라가다가 충성 당원이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된다. 당내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고 자부하는 집권당에서 강성 당원의 '과대 대표성' 문제가, 이와 반대로 제1야당에서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일반 국민 여론 확대 경향을 보이면서 '당원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어떻게 해야 당심과 민심의 거리를 좁혀나갈 수 있을까. 같은 권리당원 입장에서 이들은 강성 당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고, 당내 민주적인 의사소통과 의견수렴을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전문가 진단을 들어봤다.
◆"정치인들, 강성당원에 겁먹어 한심"…'표를 위한 정치' 비판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쇄신'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 비난 댓글 등 논란에 초반의 치열함은 수그러든 분위기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새 지도부에 선출된 '비문' 송영길 대표와 '친문' 최고위원들조차 시각이 엇갈린다. 지난 3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대표는 "국민 소통 강화"로 방향을 틀었지만, 김용민 최고위원은 "개혁을 멈출 수 없다"며 당심에 방점을 찍었다. 김남국 의원은 최근 의원 단체 SNS 대화방에 강성 친문 당원들의 문제점을 꼬집은 조응천 의원을 겨냥해 "문자폭탄 이야기 좀 그만해달라"하는 등 당내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더팩트>가 취재한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일부 당원들의 과도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 입당한 권리당원 A 씨(만 41세)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에서 제대로 당 활동을 못하는 것이다. 그들의 행태가 친박(친박근혜) 당원들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을 지킨다고 하는데 무엇을 지킨다는 건가. 대통령이 비판받을 건 받아야 한다. 권력이라는 게 견제를 통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고 좋은 정책도 낼 수 있다. 대통령이 종교 지도자인가 아니면 신인가. 그 자체가 민주주의자로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면 팬클럽이나 하지 왜 정당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A 씨는 강성 당원을 옹호하는 의원들에게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민주사회에서 그들이 뭐가 잘못됐냐면서 옹호하는 의원들도 있는데 그럴 줄 알았으면 안 뽑았다"며 "그 사람들한테 쫄아서(겁먹어서) 그런 거다. 한심하다"고 했다. 이어 "그 사람들(강성 당원)의 도움을 받아서 의원직에 올랐거나 그게 아니면 굳이 밉보이기 싫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사상가나 철학가 면모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깊이 있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권리당원 B 씨도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문팬(문재인 대통령 팬)이나 문파들, 그분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하는데 너무 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어려움을 딛고 출범한 새 지도부에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을 이끌어줄 것을 당부했다.
A 씨는 "민주당은 유일하게 수권할 수 있는 진보 색을 가진 정당이다.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책 부분이 아니라 민주정당으로서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어가야 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랫동안 그렇지 못하고 있다. 야당과 똑같이 권력투쟁만 하는 습성이 몸에 뱄다"며 "긴 호흡이 없는 것 같다. 당원들을 끈끈하게 만드는 많은 논의가 있고 기본적으로는 그 뿌리가 되는 정치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했다. 당심 논란도 당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중심이 되는 철학 없이 당원에 휘둘리면서 발생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 연장선에서 양당제 중심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선거제도 변화를 통해 수권 가능한 정당이 더 늘어날 필요는 있다. 팬심이나 인기도 말고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발전하는 게 옳은 방향이지 두 당이 정권을 주고받는 식은 좋지 않다. 제도가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 같다. 정치개혁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B 씨는 "(당이) 쇄신한다고는 하는데 바뀌는 건 없다.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심을 봐야 하는데 부동산 (문제가 터지면) 부동산에 몰입하고 다른 건이 터지면 또 거기에 몰입한다. 그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평상시에 했으면 그런 문제가 터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당선을 위해 표 관리만 한다. 그런 모습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반대 상황이다. 공직자와 당직자 선출 과정에서 일반 국민 여론 반영을 확대해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당 혁신은 국민의 뜻에 맞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100% 국민전당대회로 당대표를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방식인 당원 선거인단 70%, 국민여론조사 30%에서 국민여론을 대폭 반영하자는 것이다. 그는 "당심만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가운데 40세 이하가 7%, 50세 이상 당원이 80% 수준이다. 당원의 세대, 지역 편중이 심해 자연스레 민심과 멀어지는 부분을 일반 여론조사를 반영해 보완하자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앞서 4·7 재·보궐 선거 때도 당내 후보 경선 규칙을 당원 투표 20%, 여론조사 80%로 결정했다. 민주당 규칙(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에 비해 일반 국민 여론 반영 비중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승리했다. 이런 경향에 대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원들이 섭섭해하는 감은 있다. 하지만 선거라는 건 이기려고 하는 거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민심 쪽을 더 많이 배려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원권 침해'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보좌진은 "당원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민심을 더 반영해야 한다는 건) 우리 당원은 태극기 부대이고 일반 국민은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는 건데 그건 당원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건 당원 목소리 내는 공간 마련해야…성숙한 토론 문화도 조성"
강성 당원들의 의견이 당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 반영되면서 민심과 멀어지는 현상은 양당 체제에서 더 발생하기 쉽다. 상대 정당에 비해 선명한 노선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당 지도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어 다른 계파 목소리는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엮여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당심과 민심 중 어느 것을 우선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당원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 아닌, 당이 지향하는 가치 등에 따라 모인 조직이며, 당의 가치와 이념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상대 당과의 경쟁을 통해 국민 선택을 받는 게 민주주의 발전 주체인 정당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다만 다양한 스펙트럼의 당원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우선 강성 당원을 비판하는 건지 (협박 등) 불법행위 하는 당원을 비판하는 건지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원들이 자정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 교수는 "어떤 조직이라도 정책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는 이들의 의지가 더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온건 당원들이 입장을 더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규제보다도 토론이나 참여 문제를 정착시킬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상대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말하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도 들으려고 하는 문화가 성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기 이야기만 하려는 이들에게 일정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면 도입할 수도 있고, 목소리를 안 내는 당원들을 대표하는 당내 오피니언 리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직자 선출 과정에서 일반 국민 여론을 더 반영하는 것은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지 교수는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선거에서 계속 패배하니 국민에 호소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선거 전략 차원에서 나온 제도"라며 "예를 들어 국민의힘이 전국적인 대표성을 가지려면 호남 당원을 확보하는 노력을 해야지 호남 사람들에게 물어봐 지지를 더 받는 후보에게 혜택을 주는 건 국민 의사를 반영한 후보를 선출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계파가 주축이 된 당이 민심에 다가가려면 국민 여론을 더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존재가 있어서 이들(강성 당원)을 쳐내기 쉽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친문은 위력을 발휘했다. 현재로서는 강성 당원과 거리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권리 당원 중 태극기 부대(처럼 극성 당원)가 속하는 비율은 민주당(극성 당원)보다 높지 않다. 또 당의 주인이 없는 상황이라 그들과 거리 두기가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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