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관계 변화 분기점 되나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야당이 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여당이 당내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4·7 재보선 이후 변화와 쇄신을 외쳤던 만큼 이전처럼 청문보고서 채택을 단독 처리하기엔 부담이 큰 탓이다. 이번 인사청문회 국면으로 새로운 당·청 관계를 강조했던 송영길 당대표가 첫 리더십 검증 도마 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은 3명(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야당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단독으로 강행할지, 청와대에 낙마를 요청할지를 두고 내부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송 대표는 7일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원내 지도부로부터 세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전해 들었다. 원내 지도부는 인사청문회를 치른 각 상임위 간사로부터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다.
민주당은 세 후보자 논란에 대해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보고, 청문보고서 채택 기간을 연장해 시간을 벌면서 최대한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으나 낙마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함께 논의해 달라"고 야당에 협조를 구했다. 세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마감일은 오는 10일이다. 국회가 이날까지 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최대 10일 연장해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한 뒤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세 후보자에 대한 야당 입장이 확고해 설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6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세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이들에 대한 지명 철회 또는 자진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진보 야당인 정의당도 임 후보자와 박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 철회'를 요구했고, 노 후보자에 대해선 '부적격' 판단해 데스노트에 올렸다. 정의당은 인사청문회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한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는 점에서 여당에게는 부담이다.
여당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문 정부 들어 여당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경우는 29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단독 채택할 경우 4·7 재·보선 이후 변화와 쇄신을 다짐하던 여당으로선 달라진 게 없다는 민심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낙마를 요청할 경우 문 대통령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 신호로 간주될 수 있어 신중한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 A 초선 의원은 <더팩트>에 "개인적으로는 세 후보자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최소한 두 분은 특히 너무 안 맞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며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세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굉장히 많다. 여러 갈래로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청문회 국면이 송 대표가 강조한 '당 주도의 당청 관계'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3일 이철희 정무수석은 송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지금부터는 당이 주도하는 게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도 "당정 간 불협화음이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를 전한 바 있다.
A 의원은 "송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에 임명)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거고 그렇다고 국민 반대 여론이 있는데 (세 후보자) 다 시키라고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당 대표 취임 전에 발표된 후보자들이라 이래라저래라 하지 못해 정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검증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세 후보자 문제는 이미 다 알려진 건데 저 정도도 걸러내지 못하니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민주당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까지는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든 말든 임명을 강행해왔다. 하지만 재보선 때 민주당과 문 정부의 독주에 대한 심판 여론이 있었고, 송영길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며 "청와대는 한발 물러서고 당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첫 시험대가 (이번) 인사청문회다. 당이 요청하고 청와대가 고심 끝에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민주당에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