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민청원으로 본 민심…'조국·최문순·김어준·이재용' 주목

4월 청와대 국민청원 정치개혁 게시판에 올라온 민심은 조국·정경심 사건 관련 의혹,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퇴, 김어준 씨 TBS 라디오 방송 하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주목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최 지사, 김 씨, 이 부회장. /이동률·남윤호·임세준 기자

'검찰·야당·언론 불신', '최문순·김어준 사퇴', '이재용 사면' 요구한 국민들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지난 2017년 8월부터 도입·운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바닥 민심이 담겨있다. 중복, 비방 등 부적절 청원 노출을 줄이기 위해 2019년 3월 말부터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만 관리자 승인 후 청원 게시판에 게재하면서 이전보다 공개되는 청원 건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수십 건의 청원이 올라온다. 4월 1~28일 일평균(주말 제외) 청원은 약 34건이다. 17개 청원 분야 중 '정치개혁' 부문에서 국민청원에 담긴 4월 민심을 모아봤다.

4월 정치개혁 관련 청원 중 청와대의 답변 요건인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 국민 동의'를 충족한 글은 없다. 다만 여러 사안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글은 다수 올라왔다.

29일 기준 정치개혁 청원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은 '조국·정경심 사건 검찰·야당·언론 조작 의혹 제기와 관련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요구'(7만1051명 동의)를 골자로 한 글이다. 65세의 천안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대구MBC <최성해 전 총장 "비례대표 제안 받아" 수상한 행보">,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20일 방송을 근거로 "검찰·야당·일부 언론이 혼연일체가 되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딸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이 조작했을 수 있다"라며 "법무부 감찰, 나아가 공수처 수사로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정 전 교수가 1심 재판에서 업무방해, 사기, 사문서 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의 청원 글이 1위를 차지한 것은 해당 사건과 관련한 검찰 기소와 1심 재판부 판결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시선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위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탄핵을 촉구'(6만6965명 동의)하는 글이다. 청원인은 "과거 최 지사는 본인을 한중문화타운 건설 공동 투자자로 칭하면서 이 사업을 '마음속의 일대일로'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꿈꾸는 중화사상을 지지하며 위대한 중국 문화를 알리겠다고 발언한 것"이라며 "제 역할을 다하지도 못하면서 중국몽만을 꾸고 있는 것 아닌가. 과거 만취 상태로 도의회에 참석해 답변 도중 쓰러지는 등 부도덕적인 행위를 보여왔고, 도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레고랜드를 강행했고, 이제는 중국문화타운까지 강제 건설하려고 한다. 현재 약 54만 명 이상이 강원도 한중문화타운 건설 철회를 요구하는데, 국민 목소리를 외면하고 민주성에 어긋나는 행위로 국민을 무시하는 도지사를 탄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청원은 67만780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답변 대기 중인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의 연장선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청원에는 강원도에 차이나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인 중국문화타운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사업시행사인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의 시간과 비용에 대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65만 명 이상의 국민이 요구하는 사업 반대 국민청원 글에 놀란 시행사 측이 한중문화타운 조성 사업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사업 무산 가능성은 커졌지만, 최 지사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3위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 씨의 TBS 퇴출 요구'(4만635명 동의) 글이 차지했다. 청원인은 "서울시의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교통 정보를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교통방송이 김 씨가 방송을 꿰차면서 좌판 정권의 앞잡이 나팔수가 됐다"라며 "온갖 가짜뉴스를 만들어 국민들을 선동하고, 가짜뉴스로 드러나도 사과는커녕 온갖 핑계와 거짓말로 상대편에 대해 조금도 미안함 없이 좌파 진영의 최전선 나팔수로 자리매김한 김 씨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선 국민청원 문화·예술·체육·언론 부문에 지난 9일 올라온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33만1100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답변을 대기 중이다. 김 씨의 교통방송 하차를 요구하는 두 개의 청원 글이 합쳐서 약 37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은 김 씨에 대한 반감을 가진 국민이 상당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4월 국민이 주목한 정치개혁 주요 청원들. /청와대 제공

4위는 박근혜·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요청'(2만2729명 동의) 글이 차지했다. 청원인은 "적폐청산의 대상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게는 선택적 정의가 적용됐다"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뿐 아니라 모든 청와대, 민주당 사람들은 조국이라는 사람의 검찰 조사에 먼지털기식 수사라고 비난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사를 방해했다. 삼성은 2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했는데, 조국 일가는 휴대폰 압수수색조차 못하게 하고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는 예를 갖추었다. 이게 공정이고 정의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제 이 부회장을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반도체, (코로나19) 백신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한 국민청원 글은 4월에만 6건의 글이 올라왔다. 이외에도 경제 5단체, 불교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청와대에 최근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7일 "현재까지는 이 부회장 사면을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선 검토할 계획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5위는 '외국인 지방선거 선거권 폐지'(1만4034명 동의)를 요구하는 글이 차지했다. 청원인은 "헌법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천명한다. 주민에게 있다고 하지 않는다"라며 "외국인들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지만, 선거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고유 권한이다. 외국인 선거권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일까지 국민 21만5646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가 답변한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동일한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지방선거부터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당시에는 반대 여론이 거의 없었지만, 중국의 잇따른 역사 왜곡과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등으로 반중 정서가 커진 가운데 외국인 투표권자의 80%가 중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반발하는 여론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청원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투표권 부여 여부는 국회의 법 개정 사안"이라면서도 "뉴질랜드나 헝가리 등도 영주권자에 대한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덴마크‧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은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선거권뿐 아니라 피선거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영주권자의 선거권은 '주민'의 개념으로, 지방선거에 한정돼 있으며 영주권자의 비율은 전체 선거인단의 0.25%다. 현재 영주권자는 '외국 국적의 동포'와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 및 자녀'가 80%가량 차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빨리 방을 빼세요.'(1만2003명 동의), 박형준 부산시장의 선거 공약으로 요즈마그룹과 함께 추진하는 1조2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창업펀드 조성 계획 철회를 요구한 '정부는 부산시와 ***그룹의 사기를 막아 주세요!!'(1만2691명 동의) 청원이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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