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청년' 구호만 요란한 정치권, 생각 좀 바꿔라

젊은층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취업난과 주택 매입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정치권은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 DB

취업난·주거난…체감할 수 있는 청년 정책 필요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N포 세대',란 연애와 취업, 주택 구입, 결혼과 출산을 넘어 인간관계마저 포기한 세대다. 주로 20·30대에 해당한다. 청년층의 불안정한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신조어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은 30대 중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54.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나이가 들어도 독립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질 좋은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언제 고용 한파가 풀릴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경제위기는 기업들의 채용도 크게 줄였다. 그나마 나온 채용도 대부분 경력직이다. 신규 인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매우 좁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높은 취업 문턱을 넘어도 정년부터 걱정해야 하는 시대다.

경기침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지금 청년들은 경제적 기반을 갖춰 기성세대로 진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알뜰살뜰 열심히 살아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좌절감을 느낀다. 운 좋게 시세보다 싼 3기 신도시 청약 당첨을 기대하면서도 입주 가능한지 계산기부터 두드려야 하는 게 지금의 청년층이다. 또, 아이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을 만큼 어떻게 키우나. 미혼자들이 결혼을 부담스러워 하는 현실적인 이유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왜 결혼 안 하냐'며 걱정만 한다.

책임감 부족이라고? 대학 학자금부터 시작된 '부채 인생'은 평생 감당해야 할 판이다. 청년을 위한 대출, 월세 지원 정책도 결국엔 빚이다. 양극화는 심화하고 '월급쟁이' 인생은 뒤처지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눈을 돌리는 것이 재테크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의 '떡상'을 바라며 '한탕'을 기대한다.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통로로 여기는 인식이다. 20·30 세대가 위험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큰 위험부담을 안는 이유는 지금처럼 사는 것은 답이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질 좋은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채용 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구인도 대부분 경력직이다. 청년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은 게 현실이다. /이덕인 기자

하지만 기성세대의 인식은 다르다. 암호화폐(가상화폐)와 관련해 "잘못된 길" "어른들이 가르쳐줘야"(은성수 금융위원장)는 식의 인식은 청년층과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막다른 길로 내몰린 청년에 대한 공감 자체가 부족해 보일 정도다. 물론 투기성 열풍에 대한 경고쯤의 선의를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2030은 역사 경험치가 4050보다 낮다"(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는 시각도 있었다. 다른 기성 정치인들의 인식은 이들과 다르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4·7 재보선 이후 '조국 사태'를 언급하며 사과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강성 당원들의 '폭탄 문자'에 시달렸다. 일부 선배 의원이 지나친 공격을 지적했으나, 이들은 '초선 5적'으로 낙인찍혔다. '부모님 찬스' 등 불공정은 대다수 젊은층의 힘을 빠지게 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 중 하나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나온 '모병제 도입'과 '군 경력 인정' 등 주장은 오히려 남녀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 듯하다.

청년들은 '진짜' 청년이 원하는 정책을 정치권이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당은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청년들의 시각과 처한 현실을 잘 살펴봤으면 한다. 치열한 고민 없이는 청년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다. 시대 트렌드를 주도하는 '요즘 것들'은 굉장히 똑똑하다. 최근 세대별 지지율을 보면 당·정이 실감하지 않을까? 부디 청년의 마음을 잘 헤아려보기 바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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