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가짜뉴스 탓'만으로는 불안감 해소 어렵다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줄어들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 여기에 백신 안전성 논란까지…. 당면한 최대 현안인 코로나19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삼중고를 겪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엔 문제없다"고 도돌이표처럼 반복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4차 유행 현실화 앞에 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야권은 투명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문재인 정권의 무능이 이런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여권에선 "백신 수급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가짜뉴스 탓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가짜뉴스 탓을 하기 전에 당·정·청의 말 바꾸기, 투명하지 않은 공급 계획 문제도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백신 예방률 94%로 알려진 모더나 백신 도입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29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모더나사(社) CEO와 화상 통화에서 2000만 명 분량을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공급 시기도 당초 2021년 3분기부터 물량을 공급키로 했으나 2분기부터 시작하기로 앞당겼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모더나 백신은 2000만 명분을 계약했는데, 상당 부분이 상반기에는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며 사실상 하반기 도입(7~12월)을 공식화했습니다.
정부가 2분기부터 순차 도입한다고 밝힌 얀센 백신(총 600만 명분, 백신 예방률 약 66%)은 2분기가 시작됐음에도 도입 시기가 불투명합니다. 이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혈전 부작용을 이유로 얀센 백신 중단 권고에 이어 추가 생산 중단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물게 혈전 부작용이 나타난 만큼 경고 문구를 붙여서 조만간 접종을 재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2000만 명분을 도입하기로 한 노바백스 백신(예방률 약 89.3%)은 아직 임상 3상이 진행 중입니다.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사용허가를 받지 못한 이 백신은 언제부터 어느 정도 물량이 도입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이달부터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생산이 시작되고 상반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확보했다"라며 "6월부터 완제품이 출시되고, 3분기까지 2000만 회분이 우리 국민들을 위해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순조롭게 사용허가가 날 경우를 가정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백신 등 허가를 받은 제품도 부작용 논란으로 일시 접종 중단 및 연령 제한 조치 등이 나오는 상황에서 변수가 생길 경우 문 대통령이 말한 구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2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정부가 확보한 총 7900만 명분의 백신 물량 중 국내 도입이 완료된 백신은 총 168만6000명 분으로, 상반기 예정 물량 904만4000명 분의 21% 수준입니다. 나머지는 6월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온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인데, 구체적인 일정과 물량이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가운데 백신 개발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당·청의 메시지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 경쟁을 펼칠 때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대해 "그쪽에서 우리에게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하는 상황"이라며 "조급해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협상 계약 당사자 간 문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어서 정부가 공개를 못해서 그렇지, 공개된다면 그렇게 하면서까지 협상을 해야 했느냐고 야당과 언론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며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 요구가 매우 무리하다. 현재도 그렇다. 그 당시에 다국적 제약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놨습니다.
우리는 아무 문제 없이 잘해왔고,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당·정·청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 면도 있는 셈입니다. 결국 여론도 돌아서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잘하고 있다'는 답은 43%였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것은 코로나 발생 초기인 지난해 2월 말(긍정 41%, 부정 51%) 이후 1년 2개월 만입니다.
부정평가를 한 국민 절반 이상은 '백신 확보와 공급 문제'(55%)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초기 대응 잘못(8%) △방역·확산 억제 못함(6%) △거리두기 정책 부적절(5%) △백신 안전성 문제(4%) △정보를 신뢰할 수 없음(3%) 등을 꼽았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누리집 참조). 민심과 당·청 인식에 괴리가 있다는 게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세계 각국의 코로나 및 백신 접종 소식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효과와 안전성이 높은 백신을 언제쯤 맞을 수 있을지를 궁금해 하는데 "상반기 백신 접종 계획에 이상이 없다", "7개월 후 집단면역 형성에 문제가 없다"는 말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궁금해 하는 질문에 제대로 답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백신 확보 및 접종 계획, 안전성에 대한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국민이 원하는 백신 추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진전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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