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아닌 보완" 못박아…野 "정책 실패 인정하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소속 의원들이 제각각 '부동산 정책' 자성과 함께 방법론을 쏟아내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입단속에 나섰다. 최대한 신속하게 민의를 수렴하되,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도록 창구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야권을 의식한 듯 "정책 전환이 아닌 보완"이라고 못 박았다. 지도부의 모호한 태도가 시장 혼란을 키운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선거 주요 패인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고 활발한 논의에 돌입했다. 당정 중심의 정책 협의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19일 '부동산특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국회 국토교통위, 행정안전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뿐만 아니라 민간 전문가, 지방자치단체장도 참여 시켜 민의에 가까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상향, 공시지가 현실화, 대출 기준 완화 등 방법론을 앞다퉈 쏟아내자 지도부는 "부동산 특위가 정책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입단속에 나섰다. 소속 의원들의 상반된 입법 움직임이 집값을 자극해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1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가급적 (당에 설치된) '부동산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입법이 이뤄지도록 소속 의원들에게 당 지도부가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입법 실적도 당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지, 실제 입법이 이뤄지는지 등에 초점을 둔 정성 평가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부동산 정책 기조는 보완"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책 실패 평가를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대통령의 솔직한 정책 실패 인정"이라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의 '보완 기조' 아래에서 의원들은 상반되거나, 겉핥기식 정책들을 내놓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며 "세제 혜택은 단기적인 처방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싱가포르나 호주 등 주택 정책 쪽으로 방향을 명확히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더팩트>에 "우리 쪽에선 '보완'이라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국민 입장에서 '전환'이 될 수도 '보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여튼 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했고 세부 방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당권주자들부터 부동산 대책 방향이 제각각이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바람이 분다고 바람보다 먼저 누워서야 되겠나"라며 "당대표 후보로 나온 나머지 두 분마저 부동산 제1공약이 종부세 완화, 대출 확대를 외친다"고 송영길, 홍영표 의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세 부담 완화, 대출 확대보다 주택공급, 투기 근절을 강조했다.
국토위 소속 진성준 의원도 이날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과세 조치를 완화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냐"고 반문하며 당내 종부세, 재산세 등 부동산 세금 완화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2·4대책 시행, 반값 아파트 공급, 청약제도 개편,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임대주택사업자 특혜 축소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