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조국 사태'로 시끄러운 민주당, 쇄신 기대감 '뚝'


민주당, 민심 수습 파열음…'조국 사태' 내홍 조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선거 패배 책임과 쇄신 방향에 관한 이견이 표출되면서 논쟁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전용기·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 의원이 2030 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4·7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돼 간다. 충격적인 참패 이후 더불어민주당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책임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일괄 사퇴했다. 비대위 체제를 가동하고 전면적인 당 쇄신 방침을 세웠다. 새 지도부 선출 일정도 모두 앞당겼다. 민심 이반에 깜짝 놀랐는지, 당 수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민주당의 '반성문'이 대표적이다. 당내 가장 많은 의석(81석)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9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당헌·당규를 개정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한 것을 비판했다. 민주당을 '기득권 정당'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오만함을 반성했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를 위해 앞장 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소영·오영환 의원 등 초선 5명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날 별도로 낸 입장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거론했다. 이들은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선거 패배의 한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조국 사태'에 대한 이들의 반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이들이 '초선 5적'이 됐다는 점이다. 강성 당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배은망덕"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 흐름을 보면 일부 초선 의원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듯싶다. 강성 당원들의 십자포화를 의식했던 것일까. 잇따라 간담회를 열어 쇄신책 등을 논의한 재선의원들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3선 중진 의원들은 모임에서 말을 아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4·7 재보선 참패 후 더불어민주당의 쇄신 진로를 위한 재선의원간담회에서 좌장 역할을 맡은 김철민 의원의 발언을 참석 의원들이 경청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당권을 두고 권력 다툼 양상도 보인다. 이른바 친문(친문재인)과 비문(비문재인) 간 팽팽한 기류가 흐른다. 재선 소장파 조응천 의원과 박용진 의원은 사실상 친문을 겨냥해 당권파 책임론을 제기했다. 친문 핵심들은 당내 선거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12일 "친문과 비문 프레임은 언론이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주류와 비주류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16일 열리는 원내대표 선거와 당 대표를 선출하는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진표는 친문과 비문으로 나뉘었다. 대선 후보 경선까지 내다보며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꽤 된다.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우려된다.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국민이 이해할 만한 수준의 쇄신과 혁신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기대는 싸늘하게 식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5~9일 조사·전국 성인 2514명 대상·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누리집 참조), 국민의힘 지지도는 39.4%, 민주당은 30.4%였다. 양당 간 격차는 9%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국민의힘이 6주 연속 상승세를 타며 당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민주당은 처절한 반성과 뼈를 깎는 혁신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집권당의 정책과 노선에 대한 건강한 논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시끄러운 상황을 보면 쇄신론이 무색해 보인다. 경선 룰을 두고도 티격태격한 민주당이다. 현 상황이 다양한 의견 표출의 과정인지, 계파주의가 재연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쇄신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에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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