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생각에 잠겼다…사전투표 합산해도 큰 차이 없을 것"
[더팩트｜여의도=문혜현 기자] "여러 가지 생각했다. 이번 선거는 특히 길었다. 출마선언하고 석달 정도 긴 단일화 기간이 있었다. 결선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우세'라는 4·7 보궐선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 발표 직후 한참 동안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출구조사 발표 소감을 밝힌 후 기자들과 만난 오 후보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 무표정이었던 이유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7일 오후 8시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엔 긴장감이 흘렀다. 오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TV 화면을 응시했다. 종종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눴지만 줄곧 무표정을 유지했다. 오 후보는 결과 발표 직전까지 주먹을 무릎에 올린 자세로 몸을 앞으로 숙이고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8시15분 오 후보 59.0%,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37.7%라는 출구조사 예측 결과가 발표되자 장내는 환호와 박수 소리로 뒤덮였다. 안도한듯 고개를 숙인 오 후보 양쪽에 앉아있던 정진석 의원과 김 위원장이 오 후보의 양손을 쥐며 격려 인사를 보냈다. 곧이서 자리에서 일어난 오 후보는 두 사람과 손을 맞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오 후보는 전방에 허리 숙여 인사하고 주호영 원내대표,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박성중 의원과 악수했다. 오 후보는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오 후보 뒤에 자리한 선대위 인사들은 '오세훈'을 연호했다.
그는 "서울시민 여러분 정말 감사드린다. 당연히 제 각오를 밝혀야겠지만 아직 이게(출구조사) 최종 결과가 아니라, 당선이 확인된 게 아니라 출구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소감을 말하는 게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지켜보고 결과가 어느 정도 나온 다음에 말하겠다. 일단 기대감 가지고 지켜보게 해준 유권자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서울시민들께 감사 말씀 드린다. 출구조사만 가지고 결과를 이야기한다는 게 그렇지만 출구조사에 나타난 수치를 보면 민심이 폭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국민의 상식이 이기는 선거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보고서 최종적으로 말하겠지만 감사 말씀 드린다"고 했다.
부산 시민들을 향해서도 "부산시민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 부산은 서울보다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것 같은데 이것도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여튼 부산시민, 서울시민 여러분들 다시한번 감사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개표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오 후보는 출구조사 소감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일정에 대해 "일단 캠프에서 도와주신분들 인사드리고, 조용히 기다릴 생각"이라고 했다.
'아직 사전투표가 합산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압도적 차이다. 어떻게 생각하나'란 물음에 오 후보는 "사전투표가 계산되지 않은 수치인가"라면서도 "글쎄다. 사전투표가 별로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번 출구조사는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 산하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가 입소스주식회사·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 3개 조사기관에 의뢰해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조사했다. 응답자는 투표를 하고 나온 매 5번째 투표자를 같은 간격으로 추출했으며, 사전투표는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