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결심은 오세훈 추가 고발? 싱겁게 끝난 與 경고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캠프 전략기획위원장이 언급한 중대결심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5일 오 후보 허위사실 공표죄 추가고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왼쪽부터) 사무총장, 김회재 의원, 최인호 수석대변인. /국회사진취재단

내년 서울시장 겨냥 분석도…"확증 없으면 수사 쉽지 않을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7 재보궐 선거를 코앞에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을 추가 고발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오 후보의 이해충돌 의혹규명을 위한 조사 특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일 '내곡동 측량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인은 기자회견을 알렸다가 취소했다. 이들 모두 오 후보가 당선될 경우를 염두에 두고 그의 '당선 무효형' 가능성을 압박하는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의혹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효과는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 후보가 내곡동 땅 관련 '셀프 보상' 의혹을 부인하면서 토론회에서 밝힌 일부 발언이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추가 고발했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표단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의 이해충돌 의혹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함으로써 공직자윤리법 상 이해충돌 회피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후보 캠프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이 쏘아 올린 '중대결심' 발언의 진의와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현재 정치권 해석이 분분하다. 당사자인 박 후보는 "사전 교감이 없었다"며 "선대위 회의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 대략 3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대위 회의 후 "(중대결심에 대해) 파악이 안 된다"며 오 후보 추가 고발에 따른 당선 무효 가능성과 중대결심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관계없다"고 거리를 뒀다.

5일 민주당은 오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이날 조상호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이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관련 내부정보 유출 및 오 후보 이해충돌 의혹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추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정치권에선 '내곡동 생태탕집' 증언 관련 오 후보 추가 고발이 '중대결심'의 일환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선거가 끝난 후 오 후보가 당선 될 경우를 대비해 법적 공방을 벌이며 오 후보의 시장으로서 운신의 폭을 좁히는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하는 플랜B를 가동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17일 오 후보를 공직선거법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오 후보 '셀프 보상' 의혹에 대해 그가 '내곡동 개발은 노무현 정부가 결정한 것이고 자신은 내곡동 땅 존재와 위치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라고 봤다.

이번에는 '내곡동 땅 측량 현장 참여'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고소장에 지난달 29일 MBC 100분 토론 과정에서 오 후보의 "(측량 현장에) 안 갔다", 지난달 3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의 "제가 안 간 건 분명하다. 기억에 없다. 큰 처남은 분명히 갔다"는 발언을 문제 삼아 허위 주장이라고 적시했다. 그 근거로 측량 당시 복수의 경작인들, 생태탕 주인과 아들의 발언 등을 내세웠다.

선거운동 기간 상대 후보간 고소·고발은 통상적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측량 현장' 진위 공방 관련해 증인을 확보한 상황에서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수석대변인은 "(내곡동 측량)실제 현장에 있었냐 없었냐는 내곡동 땅에 대한 특혜 보상 의혹에 대해 맞냐 안 맞냐를 단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고, 김회재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오 후보 추가 고발 기자회견 직후 '생태탕집 방문 관련해서 구체적인 증거가 있냐'는 질문에 "주인과 아들이 아주 구체적인 진술을 했고 허위인 경우 그렇게 구체적인 진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생태탕집 측의 기자회견이 이날 예정됐다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추가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으나 아들이 주위에서 자꾸 협박하고 겁을 주기 때문에 두려워서 못하겠다고 해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생태탕집 주인과 아들의 진술 신빙성을 높이는 부분"이라며 "오 후보의 죄의 책임을 더 무겁게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중대결심' 논란을 촉발한 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생태탕집 측 기자회견 취소 사실을 전하며 "신변 안전에 커다란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찰은 의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만반의 경호 대책을 즉시 강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플랜B로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역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남윤호 기자

다만 선거 후 계속 법적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 토론회 과정에서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약 2년 만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토론회에서 나온 피고인 발언 내용을 보면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 후보자 질문에 대한 답변일 뿐, 적극적·일방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선거의 공적인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표현 모두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법 조항을 까다롭게 해석한 바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고소·고발은 선거에서 수십 건씩 맞고소하는 경우가 예사이고 선거가 끝나면 취하하는 것이라 (민주당 추가 고발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고발하면 (측량 현장 목격자라고 주장하는) 황 씨와 황 씨 아들, 경작인들이 참고인으로 조사할 텐데 말만 가지고는 되지 않을 거다. 구체적으로 사진이나 수첩 같은 흔적을 내밀지 않으면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미 한번 고발했는데 2차 고발하는 게 중대결심 사안도 아니다. 전형적인 정치적 수사로 일단 뱉어내고 아니면 말고 식이 선거를 막장으로 몰고 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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