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탄소중립 실태<중>] 친환경차 사용율 7.7%…"정치권도 바뀔 것"

아직 수소차·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국회에 사정은 비교적 나아 보인다. 국회 안에는 11곳의 전기차 충전소가, 국회 정문 밖에는 수소충전소가 있다. /신진환 기자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수준의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국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출을 통한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친환경차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도 충전시간 단축과 이동 거리를 늘리는 등 해마다 발전된 친환경차를 양산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국회는 법안 마련에도 나선 상황이다. 친환경차의 보급률이 빨라지는 현재 21대 국회의원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더팩트>는 국회의원 300명의 자동차 종류와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수소차·전기차 6명…하이브리드 17명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친환경 자동차를 이용하는 의원은 몇 명이나 될까.

지난달 30일 국회사무처로부터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국회의원 개별 등록차량 정보'와 국회의원실을 대상으로 한 취재를 종합하면, 수소차이면서 중형차에 속하는 '넥쏘'를 수행차량으로 이용하는 의원은 4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김경협·김성환·송갑석 의원이다.

전기차 '코나'를 이용하는 의원은 이소영 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에 차량을 등록하지 않은 의원 1명을 제외한 299명 의원 가운데 수소차·전기차를 사용하는 비율은 단 2%에 불과했다. 코나 하이브리드는 소형차로 분류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거나 적게 배출되는 저공해 자동차는 3종으로 분류된다. 1종인 수소·전기차는 무공해차로 분류된다.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 무공해차는 수소·전기차만 해당한다. 저공해차로 불리는 2종은 하이브리드 등 오염물질 배출이 현격히 적은 차, 3종은 휘발유·가스차 등으로 나뉜다.

자동차 연료와 전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혼합형)를 포함하면 친환경차 비중은 더 커진다. 하이브리드를 이용하는 의원은 모두 17명으로 파악됐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이용하는 의원은 민주당 고영인·오영훈·윤호중·조승래·진성준 의원, 국민의힘 김승수·윤주경·조태용·최연숙·한기호 의원이다. K7 하이브리드는 민주당 이해식·정정순·조오섭·최기상 의원이, K5 하이브리드는 민주당 박주민·신현영 의원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포르테 하이브리드를 타고 다닌다.

친환경차 기준을 두고 정부와 환경단체 간 견해차가 있지만,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친환경차 범위를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 포함)로 정의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무공해 주행거리가 25km 이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집중 육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의원의 차량 가운데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7.69%다. 위 17대 하이브리드 차가 배출허용기준을 충족한다고 가정했을 때다. 뒤집어 말하면 휘발유와 경유차 등 내연기관 차량이 90%가 넘는다는 얘기다. 다만, 전국 등록차량 대비 국회의원의 친환경차 이용 비율은 높은 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 2436만5979대 가운데 친환경차(하이브리드 포함)는 82만대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4%였다.

지난 2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50탄소중립특위지방정부추진단 발대식 당시. /남윤호 기자

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간사 이소영 의원은 "정책적으로 탄소중립, 온실가스감축, 기후위기 대응, 그린뉴딜에 큰 비중으로 담긴 정책은 전기차 전환이기에, 충전소 문제 등 불편함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친환경차를 사용하고 있다"며 "아파트 등 공공주택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속도가 나지 않아 불편해하는 주민이 많은 점을 제도적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더 많은 의원이 친환경차로 바꿀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수소차를 이용하는 김경협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수소충전소가 좀 부족하고, 미니밴 등 대형차보다 상대적으로 실내 공간이 조금 좁은 불편함도 있다"면서도 "기후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정치권이 솔선수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민이 생활방식 바꾸는 것은 지금껏 누려온 편의를 내려놓고 불편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강조하면서 "최근 여러 모델의 친환경차가 나오기 시작하는 변화가 있기에 정치권도 이런 흐름에 맞춰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현재 국회 내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11대가 설치돼 있다. 공사하고 있는 충전기는 11대로, 오는 5월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수소차 충전소는 국회 정문 밖에 1곳이 있다. 추가 증설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국회 측은 밝혔다.

한편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1명당 매월 110만 원의 차량유류비가 지급된다. 1년에 39억6000만 원의 예산이 쓰이는 셈이다. 차량유지비도 지원된다. 평의원 282명은 매월 35만8000원, 상임위원장 18명은 100만 원씩 받는다. 국회의장·부의장과 국무위원에게는 관용차가 제공되고, 별도의 차량유지비나 유류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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