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원순 옹호·임대료 인상 등 '악재, 악재, 악재'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 주축인 586운동권 세력의 고 박원순 전 시장 두둔 발언부터 임대차 3법 시행 전 임대료 인상 논란, 선거 유세 과정에서의 거친 발언 등 야권 공세보다 내부 악재가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하락세인 가운데 당 위기를 관리할 지도부가 사실상 부재하면서 민주당의 '원팀'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이낙연 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국회 소통관에 직접 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대국민호소'라는 입장문에서 "저희의 부족함을 꾸짖으시되 지금의 아픔을 전화위복으로 만들려는 저희의 혁신노력마저 버리지는 말아 달라"며 오는 2,3일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잘못을 시인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 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모든 공직자 재산등록,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 부동산 불로소득자 개발-보유-처분 단계별 이익 환수, '내 집 국가책임제' 도입, 주택부 신설 등을 방안으로 내놓았다.
이 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혁신하며, 미래를 다부지게 개척하겠다"며 공개 호소한 이후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다. LH사태 이후 민심 이반 현상이 심해지며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자 최후의 수단으로 읍소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를 무색케 하는 발언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임대차 3법 통과 직전 전세가를 10% 이상 올려 최근 경질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소속 의원들의 전세, 임대료 인상이 드러나며 '내로남불'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전·월세 5%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서울 중구 신당동 아파트 (84.95㎡)를 당시 전·월세 전환율(4%)을 적용할 경우 9.17%(보증금 3억 원·월세 100만 원->보증금 1억 원·월세 185만 원, 6억 원->6억5500만 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맺은 계약은 신규 계약이라 임대차 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그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임대차 3법 개정안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당론에 반대해 당 징계를 받고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시세보다 높은지 낮은지는 논점이 아니다"라며 "전·월세상한제에 앞장선 의원이 정작 본인은 법 통과 전 대폭 임대료를 올렸으니 적반하장 아니냐는 것"이라고 저격했다.
박 의원 외에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본인과 배우자 공동명의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9.3%(5억4000만 원→5억9000만 원) 올렸고, 송기헌 의원도 본인 소유의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임대 보증금을 26.4%(5억3000만 원에서 6억7000만 원)올렸다.
민주당 대응은 논란을 더 키웠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소속 의원들의 보증금 인상 논란에 대해 지난달 29일 "임대차3법이 통과되기 직전에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면 임대차 3법 탓인가? 아니면 임대차 3법 통과가 늦어졌기 때문인가?"라며 임대차3법 처리를 반대한 야권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외에 설훈 민주당 의원은 유신반대투쟁과 6월 민주항쟁에 참여했던 이들을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인정하고 배우자와 자녀 등에게 교육·대출 등 각종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지난달 26일 대표발의했다가 '운동권 셀프 특혜' 비판이 나오자 철회하기도 했다.
이광재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민석 의원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의 돌발 발언도 내부 분위기를 흩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3월 31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41년간 박정희·전두환 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나왔음에도 대구 경제는 지금 전국에서 꼴찌"라며 "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라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발언해 특정 지역 유권자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황규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부산에 선거운동을 하러 갔으면 부산 경제를 어떻게 살릴지만 얘기하면 되지 왜 애먼 대구를 끌어들이며 비하하나"라며 "대구시민들의 신성한 투표권을 모독한 발언"이라고 반격했다.
그런가 하면 임 전 실장은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서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며 공개적으로 박 전 시장을 두둔한 뒤 박 후보와 이 위원장의 자제 요청에도 거듭 "성찰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안민석 의원도 최근 라디오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에 따른 책임론에 대해 "한 번만 더 들으면 100번 듣는 것"이라며 "진작에 해방됐는데 자꾸 일제시대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같은 발언들은 야권이 4·7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상황에서 '2차 가해' 논란을 키울 수 있어 우려된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지도부가 부재하면서 민주당이 위기관리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민심 흐름이 '정권심판론'으로 기울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원팀 기조'가 약해지고 여권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면 친문은 붕괴할 수 있다. 민주당 초선 중에 개혁적인 이들이 많다. 열린우리당 시절 망한 걸 봤기 때문에 현재는 '부글부글 끓어도 참자' '아직은 합쳐주자'는 분위기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친문은 뒤로 물러나라는 분위기가 생기고 권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