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AZ 백신' 접종…안전성 우려 잠재울까

문재인 대통령이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보건소를 방문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백신 접종은 자신의 안전과 사회 전체 안전 지키는 길"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3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AZ 접종 첫날 접종으로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 회의 참석과 일각에서 제기된 AZ 백신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보건소를 찾아 AZ 백신 접종을 한 뒤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 후 "간호사가 주사를 정말 잘 놓아서 전혀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와 참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선 "지금까지 백신 접종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으로의 복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접종 속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선 "국민들이 백신의 안전성에 조금도 의심을 품지 마시고 접종 순서가 되는 대로 접종에 응해주시기 바란다"라며 "백신 접종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면서 집단면역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내외를 포함해 이날 접종을 받은 서훈 국가안보실장, 유연상 경호처장, 김형진 국가안보실 2차장, 강민석 대변인,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지연 제1부속·최상영 제2부속비서관 등 9명의 청와대 관계자 등도 모두 특별한 부작용 없이 편안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3일 0시까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의심 신고 건수는 총 9804건이다. 이는 누적 접종자 68만1443명(1차 접종자 68만560명, 2차 접종자 883명)의 1.44% 수준이다. 이 중 AZ 백신 관련이 9586건으로 전체 신고의 97.8%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화이자 백신 관련 신고다.

이는 기본적으로 AZ 백신 접종자가 62만2437명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자 5만9006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다만 접종자 대비 이상 반응 신고율도 AZ 백신이 1.54%로 화이자 백신(0.37%)보다 높다.

현재까지 신고된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누적 16명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사인 분석이 끝난 15명은 백신 접종과 무관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백신 접종 후 비교적 경미한 부작용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 사망자도 나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백신 접종 중단 없이 접종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유럽 일부 국가에서 AZ 백신 접종 후 혈전 증상(혈액 일부가 혈관에서 굳는 질환)이 나타난 사망한 사례가 나오면서, 20여 개국이 AZ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하지만 유럽의약품청(EM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AZ 백신이 혈전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접종을 계속할 것을 권고하면서 접종을 중단했던 국가들은 순차적으로 접종을 재개하고 있다.

특히 22일에는 미국에서 진행된 AZ 백신 3상 시험에서 65세 이상 참가자의 비중이 20%인 가운데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79%로 확인됐다는 결과가 나왔고,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각국의 AZ 백신 접종 재개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오전 종로구 보건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받은 후 김정숙 여사가 AZ 백신을 접종 받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다만 국내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AZ 백신을 기피하는 움직임도 있다. 23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만 65세 이상 AZ 백신 접종 대상자를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동의율은 62%에 그쳤고, 같은 날 이뤄진 부산의 조사에선 동의율이 71.4%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76.9%)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일부 요양병원에선 65세 이상 고령인 데다 기저 질환이 있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번 접종은 기저질환 때문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고, 약 복용 시기, 치료 등 접종 전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당장 접종을 시작하지 않고 환자 상태를 봐가면서 접종한다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국내외 움직임 속에 문 대통령이 직접 백신 접종을 받으면서 일각의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백신 불안감 해소는 전문가들이 아무리 설명을 한다고 해도 전문가들의 설명이 어렵고 지루한 면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사회 지도층이 접종하게 되면 믿고 맞을 수 있겠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라며 "사회 지도층 접종이 늦어진 측면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접종을 하게 되면 국민들이 안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선 백신 접종만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언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을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백신 접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손해보다 훨씬 크고, 혈전 등의 부작용은 코로나19에 걸리면 더 높은 확률로 혈전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것들을 보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손해보다 확실히 크다는 점을 국민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문 대통령도 강조했지만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고 접종 순서가 되면 접종에 응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라며 "백신 접종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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