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감사원 조사…각종 수단 총동원 본질을 흐리지 마라
[더팩트|문혜현 기자] 요즘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인기다. 매회 자극적인 장면과 생각지 못한 전개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막장 드라마.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 따르면 막장 드라마는 '보통 사람의 상식 도덕적 기준으로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드라마'다. 막장 드라마는 얽히고 설킨 인물 관계,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로 구성된다.
펜트하우스는 이 자극적인 소재를 세련되게 그려내며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는 막장 드라마를 볼 때 비슷한 소재 때문에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이야기 전개와 인물들의 수려한 대사로 즐거움을 얻는다. 그래서인지 펜트하우스는 막장 드라마면서도 막장 드라마 같지 않다.
요새 정치권엔 '전수조사'가 대세다. 부동산 폭등으로 벌어진 민심 악화의 불길에 'LH 땅투기 사태'는 기름을 부었다. 국가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으며 화살은 정치권에도 향했다.
혹시나가 역시나다. 권력자들은 여야 할것 없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자연스레 '전수조사 논의'로 이어졌다. 정치권은 민심 악화를 인식해 감사원 조사, 특검, 국정조사 등을 모두 수용해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와 이번 사태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엔 국회의원의 '집 소유' 전수조사가 이뤄졌다면 올해는 '토지' 전수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나 정책입안자들이 관련 정보를 활용해 사적 이익을 취득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전수조사' 대책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또 특검, 국정조사, 합동수사본부 등 각종 수사 수단이 제시되면서 오히려 '수사가 분산돼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특검의 경우 여야는 특검법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르면 한 달 안"이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 중 처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 임명과 수사팀 구성 등 절차를 고려하면 오는 5월에나 수사가 시작된다. 이미 주요한 정황은 사라졌을 거란 지적이 있다.
국정조사도 여야가 합의해 시작해도 증인과 참고인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다. 벌써부터 본질을 흐릴 수 있는 막장 드라마 요소가 보인다. 익숙한 소재로 특별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온전히 작가의 손과 시청자의 관심에 달려 있다. 국민에 충격을 안겨준 'LH 땅투기 사태'가 막장 드라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치권의 신속하고 확실한 전수조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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