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추진력, 이낙연은 안정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2022년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권 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제3후보의 물밑 움직임이 관측된다. 민주당에서 초선 의원은 전체 지역구 의원 161명 가운데 42%(68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새로 수혈돼 여전히 당내 친분과 계파 색깔이 옅어 특정 후보 지지로 결집하면 현재의 구도가 흔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당 초선 의원들은 대선주자가 갖춰야 할 자질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미래 비전'을 꼽았다.
지난 11일 <더팩트>가 취재한 민주당 초선 의원 다수는 "대선이 1년이나 남았다"며 대선판을 관망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호남 지역 A 의원은 "대선이 1년이나 남았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지 않았다. 아직은 우리 지역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특별히 정하진 않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B 의원도 "대통령 선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재보궐 선거가 끝나야 (대선 국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 대선주자 1, 2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 이 전 대표에 대해선 모두 "소중한 당의 자산"이라고 하면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C 의원은 "지금 보면 이 지사가 1위로서의 위상은 여전히 견지하고 있지만 30%대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건 아니다. 안정적인 1위를 굳히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당내 지지도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 전 대표보다 든든한 당내 지지기반의 도약이나 대폭적인 확산까지는 아닌 단계"고 분석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추락세를 멈추고 약간 반등하는 것 같다. 이전까지는 국정 책임을 분담하다 보니 그런 짐들이 지지율 하향 추세에 작용했다. 이제는 당 대표에서 물러났으니 조금 홀가분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은 서울과 부산 보선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아서 진두지휘해야 하는데 LH·윤석열 사태 등 악재로 만만치 않다. (이 전 대표가) 보선과 본인의 후보로서의 운명이 연동돼 있다고 보고 몰입에 들어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 달 남짓 보선까지가 (당내에서) 후보들의 흐름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보선 결과에 따라 대선 판도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에 대해선 각각 '추진력'과 '안정감'을 장점으로 꼽았다. C 의원은 "이 지사의 강점은 코로나19 시대에 벌어졌던 국가적 위기나 의제에 대해 상당히 발 빠르고 강하게 선명한 주장을 펼치는 것과 추진력이다. 이날도 이 지사가 본인 공약을 90%대로 완수했다고 밝혔는데 대단한 것이다. 추진력 부분이 위기 시기에 더 도드라진 평가를 받고 있다. 약점은 여전히 친문 불신이 해소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고, 본인의 도덕적 논란도 잠재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안정적이다. 국민의 든든한 신뢰 기반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가 위기 재난 상황에서 치고 나가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어선 발이 좀 늦었다"고 했다.
B 의원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색깔이 워낙 180%도 다르다. 한 분은 진중함과 안정감으로, 한 분은 혁신성과 재치, 순발력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며 "우리 당의 김치찌개(이재명), 된장찌개(이낙연) 같은 분들이다. 누가 맛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된장, 고추장만 있다고 해서 맛있는 요리가 되는 건 아니고 누가 더 요리를 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대권주자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여권이 대선판을 주도할 수 있기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정치권에선 민주당 내 차기 대권주자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제3후보로 정세균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오르내린다. 김두관 의원과 박용진 의원은 이미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해 11월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대선 출마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초선 의원들도 제3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C 의원은 "제3후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오는 5월 정도에 코로나19 위기가 가라앉으면 정 총리도 준비할 것 같다. 임 전 실장도 고민이 있는 것 같고, 추 전 장관도 몸을 푼다는 말이 들린다. 3, 4후보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 지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김 지사를 응원하는 친문이나 지지자들은 꽤 있다. 김 지사가 무죄가 되면 후보로 올리고 싶은 열망과 의지들은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고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이 되더라도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또 거쳐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B 의원도 "제가 보기엔 정 총리도 파급력이 있다. 열린우리당 때 원내대표로서 당을 지킨 분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산업자원부 장관,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무총리 등 '경력 깡패'다. 또 2008년에서 2018년 당시 열린우리당 해산과 분당 과정에서 당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당 대표였다. (당내) 많은 분과 음과 양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며 "국무총리에서 물러나면 어떤 상황이 될까 기대해도 될 듯싶다"고 했다.
초선 의원들은 여권 차기 대선주자가 갖춰야 할 자질로 하나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 비전 제시'를 꼽았다.
C 의원은 "전 세계가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국가비전, 새로운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들을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 또 글로벌 위기 복원 문제나 미·중 갈등을 포함한 새로운 국제질서의 재편 등 우리로선 중요하고 새로운 도전을 안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이고 외교적 의제와 국내적인 통합성, 도전의 과제들을 잘 헤쳐나갈 리더십이 여야를 떠나 필요하다"며 "대선이라는 게 그때그때 시대 과제를 잘 반영하는 인물을 당과 국민이 선택해온 것도 역사의 교훈인 것 같다. 새로운 의제를 담대하게 제시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분이 선택되리라 본다"고 했다.
A 의원은 "지금보다는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하는 쪽을 국민이 보지 않을까 한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해온 개혁과제들이 있는데 그에 대한 (강화 또는 완화) 생각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남북 문제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막혀 있는데 바이든 정부와 함께 뚫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보면 좋겠다"고 했다.
B 의원은 "지금의 문재인 정부처럼만 하면 된다"며 "문 대통령은 안정감도 있고 혁신성과 개혁 의지를 계속 갖고 있으면서 비리와 적폐청산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지지 후보를 정했다는 D 의원은 "불평등과 양극화 대응, 기후위기 대응과 전환, 저출생 고령화 문제, 과학기술 혁신 등 굵직한 시대적 과제들이 있는데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 의원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잘 만들어 갈 수 있느냐가 필요하고, 종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민주당 정부를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 성과를 이어받고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점도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와) 방향은 비슷해야 하겠지만 코로나 상황 속에서 사회적 양극화 등 급격한 변화도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잘 해소하고 청년, 미래 세대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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