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다가온 4·7 보선, '정치권 성범죄 논의' 톺아보기

전임 시장의 성비위로 발생한 4·7 재보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에선 성범죄를 대하는 조직문화 혁신 등의 내용이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왼쪽)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더팩트 DB

'전임 시장 성범죄'로 발생한 선거…"조직 내 문제의식 정립해야"

[더팩트|문혜현 기자] 4·7 재보궐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서울·부산 전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발생했지만, 토론회 주제나 공약 등이 대부분 '전임 시장 시정 평가'와 '경제 문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이번 선거로 발생한 비용 등을 설명하며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실제 이번 선거엔 824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권력형 성범죄 예방과 향후 조치 등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8일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피해자에 재차 사과하며 성평등 공약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 관련, 피해여성께 다시 한번 진심어린 사과를 제가 대표로 대신 드린다. 피해자 분께서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여성 정책으로 △가족돌봄 차별금지 가이드라인 제시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돌봄서비스 확대 및 남성육아휴직 통계 공표 △여성기업 의무구매 비율제도 △성평등 임금공시제 확대 △24개 성폭력 피해 지원기관 컨트롤타워 신설 △피해여성들의 심신 안정과 사회 복귀를 위한 상담지원 프로그램 24시간 운영 △공공기관 내 여성건강센터 및 여성폭력예방팀 설치 등을 약속했다.

앞서 박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위력에 의한 성비위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언급하고 서울시정의 유리천장 개선도 언급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여성이 행복한 도시' 등을 구호로 보육 정책과 경력단절 예방, 여성 안전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비혼 출산 지원 확대 △귀갓길과 화장실 출입구 폐쇄회로 설치 △자치경찰과 연계한 성범죄 예방 강화 등을 언급했다.

또 성폭력 관련 정책으로 '서울시 산하에 성폭력 등 각종 학대에 대한 예방·대응·관리를 원스톱 지원하는 종합학대예방센터 설립'을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성범죄 공무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과 △'SOS앱'을 통한 성범죄자 신상 공개 △서울시 인권센터 설치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종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성폭력 근절 공약으로 발표했다.

왼쪽부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여성 안전과 성폭력 관련 공약을 내놨지만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조직 내 대처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사진취재단, 남윤호 기자

세 후보 모두 여성 안전과 성폭력 사후 조치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조직 내 은폐'에 대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일단 발각되기가 어려운데 발각된 다음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는 누가 시장이 되느냐가 무지하게 중요할 것 같다. 사실은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했었고, 그를 상대로 서울시가 나서서 2차 가해를 한 거나 마찬가지잖나. 일단 그 부분부터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역설했다.

그는 "총체적인 하위문화"라며 "서울시청 내에 어떤 하위문화가 있는데, 그 하위문화가 피해자 편에 서기보단 결국 반대편에 서서 다같이 은폐하는 상황이 전개됐었다.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스트라이크 아웃은 '발각이 안 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보단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 자체를 바꾸는 노력을 하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김종철 전 대표가 성추행으로 물러난 정의당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정말 중요한 사례"라며 "(가해) 당사자가 인정했을 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가해자 편이 아니라 피해자 편을 들었다. 그런 하위문화다. 정의당이 가진 가치체계처럼 서울시가 왜 그렇게 움직이지 못했는지를 따져보는 것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문제는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며 "피해자가 복직하게 됐다. 그와 함께 또 다른 2차 가해가 시작될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 그걸 막아야 한다. 그게 어떻게 보면 앞으로 발생할 권력형 성범죄를 막는 1차적 대안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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