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제대로 할 거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박병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남윤호 기자

野, 물타기 전략…부동산 투기 적발 어려워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뿐이겠어요? 공직자와 정치권을 다 털면 투기한 사람들이 수두룩할 겁니다."

최근 한 취재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음성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은 일부분일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점점 현실화되는 듯하다.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 공무원들과 또 다른 공기업 직원의 투기 의혹이 터지고 있어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모친이 경기 광명 신도시 인근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김경만 의원 배우자도 경기 시흥 일대 땅을 사들인 것이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두 의원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매입을 부인하며 처분을 약속했다. 경기 하남시 한 시의원도 땅 투기 의혹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21대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꺼내 들었다. 투기 의혹을 깨끗이 터는 한편 공정 질서를 다시 확립하자는 취지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11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박병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박 의장은 취지에 공감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번 해 보자"며 호응했다.

그러나 실제 전수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대형 악재를 만난 민주당이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확전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어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부동산 투기는 개발정보를 가진 지자체장, 지방의원들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들(민주당)부터 전수조사하면 될 것이지 왜 우리 당을 끌고 들어가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만약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실시된다더라도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기는 차명 거래로 이뤄지는 특성과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은 재산공개 대상이라는 점에서다.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이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이 와닿는 이유다.

또한 국회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한다면 그 결과를 국민이 선뜻 받아들일지도 의구심이 든다. 꼭꼭 숨긴 투기 정황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 합동 조사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정치권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 실망감이 더해지고 있다. 가뜩이나 사전 정보를 이용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정치권 인사들의 투기 의혹은 허탈감마저 준다. 우리 사회 깊숙이 숨어 있던 불공정의 실체가 드러난 것에 회의감이 느껴진다는 목소리가 빗발친다.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공직자의 안일하고 부도덕한 태도에 민심은 격노하고 있다. 공기업 직원들로 모자라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지자체 공무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다.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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