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 판도 변수, 태풍으로 휩쓸지 개울 메기로 끝날지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 유력 야권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여론 추이가 심상치 않은 탓에 여야를 막론하고 윤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이 사퇴 전 친여 성향 거물급 정치인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가는 술렁였고, 윤 전 총장이 만난 사람이 누군지에 이목이 쏠렸다. 정대철 전 의원과 김한길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만났을 것에 무게가 실린다.
두 사람을 만났다는 보도를 보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여의도 정치권을 통해 들었던 여러 이야기 중 두 가지가 떠올랐다. 당시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김한길 전 의원이 윤석열 총장을 돕고 있다'였다.
구체적으론 김 전 의원과 일부 자문그룹이 윤 총장과 주기적으로 만나 사퇴 후 정치적 행보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김 전 의원이 윤 총장 사퇴 후 제3지대 세력을 모아 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다. 김 전 의원의 정치 행보를 볼 때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김 전 의원은 친문 주류와 갈등을 빚으며 당을 떠나, 반문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도였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과 관련한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윤 전 총장이 구속했는데, 과연 대구가 품을 수 있겠나 싶기도 했다.
윤 전 총장과 대구 이야기를 복기하면 이렇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검사를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시작했다. 이후 2009년 대구지검, 2014년 대구고검에서 근무했다"면서 "윤 전 총장이 대구 근무 당시 지역 저명인사들과 상당한 교류를 했고, 덕망도 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여당, 문재인 대통령과 갈등을 겪으며 그의 정계 진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지역 법조인 등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 그룹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설(說)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시 마지막으로 지난 3일 대구고검을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대구고검 방문 당시 "제가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이고, 이곳에서 특수부장을 했다"며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장이다.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에게 대구는 그만큼 각별한 지역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점도 눈길을 끈다.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하루 전이었다. 윤 전 총장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의 언어를 보며 '대구에서 윤 전 총장의 대선을 돕기 위한 그룹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설이라고 할 수 없다고 느껴졌다.
이 외에도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정가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가 계속 생산되고 있다. 결론은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는 것이고, 본격적인 행보는 4.7 재보궐 선거 이후라는 내용이다. 이를 볼 때 자의든 타의든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은 이미 시작했다.
여권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고건 전 총리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애써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야권도 윤 전 총장의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반갑지 않은 게 사실일 것이다. 아직 야권에서 이렇다 할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서 태풍의 눈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태풍은 거대하지만, 또 소멸하는 게 자연의 이치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들 한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서 검사로서 보였던 카리스마에 정치력까지 더해 국민의 선택을 받을지, 아니면 메기 역할만 하다 태풍처럼 소멸할지 그의 미래가 참 궁금해진다.
*정사신은 정치의 정(政)과 사회의 사(社) 그리고 영어 'Scene'의 합성어입니다. 정치와 사회의 단면을 비판과 풍자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