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윤석열은 다 계획이 있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후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여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을 비판하며 견제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과 힘을 합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지난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윤 전 총장이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20대 대통령선거 판도 변수, 태풍으로 휩쓸지 개울 메기로 끝날지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 유력 야권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여론 추이가 심상치 않은 탓에 여야를 막론하고 윤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이 사퇴 전 친여 성향 거물급 정치인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가는 술렁였고, 윤 전 총장이 만난 사람이 누군지에 이목이 쏠렸다. 정대철 전 의원과 김한길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만났을 것에 무게가 실린다.

두 사람을 만났다는 보도를 보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여의도 정치권을 통해 들었던 여러 이야기 중 두 가지가 떠올랐다. 당시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김한길 전 의원이 윤석열 총장을 돕고 있다'였다.

구체적으론 김 전 의원과 일부 자문그룹이 윤 총장과 주기적으로 만나 사퇴 후 정치적 행보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김 전 의원이 윤 총장 사퇴 후 제3지대 세력을 모아 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다. 김 전 의원의 정치 행보를 볼 때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김 전 의원은 친문 주류와 갈등을 빚으며 당을 떠나, 반문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도였다.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과 관련한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윤 전 총장이 구속했는데, 과연 대구가 품을 수 있겠나 싶기도 했다.

윤 전 총장과 대구 이야기를 복기하면 이렇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검사를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시작했다. 이후 2009년 대구지검, 2014년 대구고검에서 근무했다"면서 "윤 전 총장이 대구 근무 당시 지역 저명인사들과 상당한 교류를 했고, 덕망도 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여당, 문재인 대통령과 갈등을 겪으며 그의 정계 진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지역 법조인 등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 그룹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설(說)이겠거니 했다.

지난 3일 대구지역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구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윤 전 총장과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모습. /이선화 기자

그런데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시 마지막으로 지난 3일 대구고검을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은 대구고검 방문 당시 "제가 늦깎이 검사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임지이고, 이곳에서 특수부장을 했다"며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장이다.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에게 대구는 그만큼 각별한 지역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점도 눈길을 끈다.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하루 전이었다. 윤 전 총장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의 언어를 보며 '대구에서 윤 전 총장의 대선을 돕기 위한 그룹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설이라고 할 수 없다고 느껴졌다.

이 외에도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정가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가 계속 생산되고 있다. 결론은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나온다는 것이고, 본격적인 행보는 4.7 재보궐 선거 이후라는 내용이다. 이를 볼 때 자의든 타의든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은 이미 시작했다.

여권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고건 전 총리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애써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야권도 윤 전 총장의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반갑지 않은 게 사실일 것이다. 아직 야권에서 이렇다 할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서 태풍의 눈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태풍은 거대하지만, 또 소멸하는 게 자연의 이치다. 여론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들 한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서 검사로서 보였던 카리스마에 정치력까지 더해 국민의 선택을 받을지, 아니면 메기 역할만 하다 태풍처럼 소멸할지 그의 미래가 참 궁금해진다.

cuba20@tf.co.kr

*정사신은 정치의 정(政)과 사회의 사(社) 그리고 영어 'Scene'의 합성어입니다. 정치와 사회의 단면을 비판과 풍자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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