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LH 사태' 출구전략 세 가지…여전히 안갯속

더불어민주당이 LH사태에 대해 철저한 정부합동수사를 강조하면서도 이해충돌방지법 추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투기 의혹 제기로 반격에 나섰다. 9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하는 국토교통부 장관. /국회사진취재단

정부합동수사·변창흠 책임론·오세훈 투기 의혹 제기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논란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여당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책 입법 추진을 약속했던 초반 대응에서 한발 나아가 야당 요구 일부 수용과 반격으로 적극적인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LH 사태 검찰 수사 배제 이견 노출, 소속 의원의 시흥시 투기 의혹 확산 등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어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LH 투기 의혹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가장 먼저 밝힌 대응은 정부 합동조사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에도 정부의 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언급하며 "앞으로 3기 신도시 등 개발지역에서 공직자를 포함해 차명 거래 등 모든 불법적 탈법적 투기 행위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정부합동조사단을 출범시켰다가 '맹탕 조사' 지적이 나오자 지난 8일 국세청, 금융위 등이 참여하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총리실이 주축이 된 정부합동조사단이 이번 주 3기 신도시 관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이를 바탕으로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수사하게 된다.

그러나 야권은 검찰이 배제된 상황에선 철저한 수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토부를 비롯해 얼마나 더 많은 투기 혐의자들이 쏟아져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라며 "합조단은 '셀프 조사'란 비판 끝에 경찰 특수본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검찰을 (수사에서) 빠뜨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정부가 검찰과 감사원을 배제하고 수사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왕에 정부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여 진상규명을 맡기기로 했으니 그 수사본부에 관련 전문성을 갖춘 검사들을 파견하는 방법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며 "검찰을 포함해 모든 수사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검찰 주도 수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중대 범죄(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범죄)에 한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한데 이번 의혹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이 수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서 수사를 다 해서 검경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전혀 관계가 없다"며 "정부에 있는 모든 수사 역량이 총력 수사 체제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형성되면서 검찰개혁 속도에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여당은 야당 요구를 일부 수용해 9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질타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또 이해충돌 논란 방지법 추진, 변창흠 장관 질타 등 책임론 분산 전략을 보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해충돌 논란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을 부각하며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당 반대로 소위에서 논의 한번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신영대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부동산 적폐 청산을 위해 국민의힘의 초당적 협조를 구한다"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제기된 부동산 및 건설 부정부패 의혹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부동산 적폐 청산에 함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여당은 LH 투기 의혹이 과거 정부 때부터 행해졌다는 의혹도 내놓았다. 문진석 의원은 "이런 부당 투기가 어제오늘이 아닌 오래된 적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공공기관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부당거래를 도려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 가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과 가족의 부동산 개발투기 전수조사도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격도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 모친이 광명 신도시 예정지 임야를 매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빛바랬다. 양이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어머니께서 3기 광명신도시 예정지 인근 임야 66.11㎡를 소유한 것을 확인했다. 국토교통부에 문의한 결과 해당 임야는 신도시 예정지에 포함되지는 않았다"며 "LH사건으로 분노하고 계신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는 최근 LH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어머니께서 인근에 임야를 소유하고 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어머니께서는 '주변 지인들께 투자가치가 있다고 소개받아서 같이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사태 초반과 달리 변 장관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도 키우고 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변 장관 해임 요구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당시 LH 사장이었던 변 장관이 이런 비리를 인지 혹은 묵인했거나, 방조했거나 이런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이날 긴급현안질의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국회 국토교통위 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사태가 커지자 회의를 소집하기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여당 의원들은 야당 못지않게 변 장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상혁 의원은 변 장관에게 "포괄적이고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나"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변 장관은 "전임 LH사장이자 공기업 관리하고 있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진성준 의원은 국토부의 안일한 조사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의 조사 순서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며 "직원 명단 동의서 받아서 토지거래 시스템에 넣어보고 있다는 것인데, 3기 신도시든 택지 개발 예정지역의 토지 소유자 전원을 다 조사해서 연관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은 오 후보 내곡동 땅 보금자리주택 지정 관여 의혹을 제기했으나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9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발산근린공원에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장한 땅투기의혹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여권은 LH 투기 사태로 4월 보궐선거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위기다. 이에 야당 후보를 향한 회심의 반격도 날렸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보금자리주택 지정 관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출신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9년 8월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에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고, 국토부는 오 후보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4443제곱미터(약 1344평) 땅이 포함된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다며 오 후보의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서울시 관련 공문 작성에 대한 오 후보 개입 증거에 대해선 "오 후보가 해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임기 중에 지구 신청을 했다는 것인데 지정될 당시에는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제도가 없었고 국민임대주택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특별법에 의해 지구 지정이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행정을 모르는 의원이 문제제기 했다면 잘못 알았다고 할 수 있지만 박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출신의 이 같은 문제 제기는 형식을 갖추기 위한 절차임을 알면서도 오세훈이 지구 지정에 관여한 것으로 포장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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