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尹 '정치인' 규정…보선·대선 악영향 판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망론'이 다시 부상하면서 여야의 셈법이 분주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윤 전 총장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을 '정치인'으로 규정하고 그의 사퇴가 4·7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윤 전 총장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낙연 대표가 먼저 윤 전 총장의 사퇴에 대해 "공직자로서 상식적이지 않은 뜬금없는 처신"이라고 지적하면서 "검찰총장 재임 시절 선택적 수사와 기소 논란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격렬한 시비를 일으키더니 사퇴도 그렇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의 정치 진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사퇴 직전 움직임과 사퇴의 변은 정치선언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사퇴의 변에서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검찰 개혁에 대한 편견과 저항으로 점철된 윤 전 총장의 행보는 마지막까지 정치검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며 "그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정치 개시를 위해 미리 기획한 행보로밖에는 읽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조만간 정치판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태영 최고위원도 "검찰 본연의 업무보다 마치 정치무대의 주인공처럼 행동한 윤 전 총장이 마지막까지 정치인 출마를 선언하듯 사퇴 선언을 했다"며 "공직자로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조직에 충성한다는 그는 결국 검찰에 철저히 정치 검찰의 멍에만을 씌우고 물러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현 정부의 발탁으로 검찰 수장에 오른 윤 전 총장이 배신했다는 기류도 강하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언론을 통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강하게 반발했을 때 반응을 자제했던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2019년 취임 이후 번번이 정부·여당과 각을 세웠던 윤 전 총장에 대해 '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윤 전 총장은 정부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보수층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급기야 차기 대선주자로 꼽힐 정도로 급성장했다. 사퇴 이후 야당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이 당장 정계에 진출할 가능성은 작다고 점쳐지는 상황이지만, 본격화했을 경우 '윤석열 대망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상대적으로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이 넓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선두를 질주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윤 전 총장이 정치판에 뛰어든다면 여당으로서는 부담이 늘게 된다.
민주당이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에 비중을 높이는 것은 재보선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사퇴와 야당의 정권 심판 및 여당 인사의 성추문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공세가 맞물린다면 판세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당 처지에선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 전망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좀 어색해 보이는 사퇴"라며 "이것(윤 전 총장의 사퇴)도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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