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우상호·박영선 '주택공급 전쟁', 빛 좋은 개살구?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우상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TV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 TV토론을 마친 뒤 함께 손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전문가들 "실현 가능성 적어…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우상호·박영선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심성 공약 경쟁보다는 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하고 현실성 있는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 후보는 일찍이 부동산 공급 방안을 내세웠다. 큰 틀에서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가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주거 불안정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 의원은 '공공주택 16만호 공급'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위에 24만평의 인공부지를 만들고, 서울 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을 지하화하고 철길 위에 17만평의 땅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를 위해 6조 원의 재정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박 후보는 부동산 핵심 공약으로 5년 안에 공공분양주택 30만호를 건설해 서울 주택난을 해소하고 집값 상승을 잡겠다고 했다.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집을 분양하면 평당 1000만 원의 공공분양주택을 만들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해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또 다른 부동산 공약으로 '수직정원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수직정원 스마트 팜에서 삶, 먹거리, 운동, 헬스케어를 동시에 해결하며 1인 주거텔로 주택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회의사당에서 동여의도로 향하는 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수직정원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예를 제시한 바 있다.

여야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부동산 공급 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비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작은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이새롬 기자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택 공급 공약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후보들의 공약대로 집을 짓는다더라도 그 주택 수량이 서울의 부동산 안정에 유의미하게 영향 끼칠 물량인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재원 조달 개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도로 지하화와 관련해 수년 정도 공사 기간에 교통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언급한 뒤 "도로를 땅에 묻고 그 위에 집을 짓는 것보다는 교통 수요량을 더 넓히는 쪽으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고질적인 문제인 교통 불편 해소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취지다.

14개월의 서울시장 임기를 고려했을 때 주거 공급 방안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나온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에 공급된 공공주택 물량만 보더라도 공약에서 밝힌 수치는 나오기 어렵다"며 "시장의 권한을 통해 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공공주택 확대 방안은 보이지 않고,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논란만 부추기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가진 국공유지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현재의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삼성동의 서울의료원 부지나 서울무역전시장(세텍·SETEC) 부지 등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며, 국공유지이기에 서민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갖고 있기 때문에 위례신도시 등의 땅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각종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국장은 그러면서 "현재 서울은 집값 안정화와 주거 취약층·빈곤층 위한 행정이 중요하다"라며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사업 추진 기간을 길게 잡더라도 현실성 있는 공급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의 주택 공급은 1인 수요가 많다. 때문에 2인 가구 이상 시장 수요에 맞는 공급 대책을 계획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서울과 시민에게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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