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경쟁 모드…서로 치켜세우면서도 "내가 적임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후보들 간 경쟁도 가열되는 모양새다. 본경선 레이스에 돌입한 후보들의 신경전이 거칠어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앞으로도 최종 후보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치열한 난타전이 지속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양자 대결을 벌인다. 국민의힘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신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본경선에 진출했다. 국민의당에선 안철수 대표가 출격한 가운데 '제3지대' 단일화에 합의한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 본경선을 치른다. 열린민주당에선 김진애 의원이 후보로 선출됐다.
현재 3파전 양상이다. 리얼미터가 YTN·TBS 공동 의뢰로 지난 7~8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2차 차기 서울시장 여야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후보는 1차 조사 대비 13.1%포인트 오른 26.2%로 조사됐다. 안 후보는 5.9%포인트 떨어진 19%, 나 후보는 4.4% 오른 15.1%로 집계됐다.
지난 8일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지난 4∼6일 18세 이상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자세한 내용은 각 여론조사업체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 따르면, 박 후보 25.8%로 조사됐고, 안 후보는 19.5%, 나 후보가 12.9%로 뒤를 이었다.
여야 후보들은 설 연휴에도 민심을 잡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예로부터 민족 대명절 설에는 덕담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위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 삼아, 여당의 박 후보와 야권의 나 후보, 안 후보가 서로의 장점을 꼽으면서도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강조했다. 각 후보 측에서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9~10일 <더팩트> 공통 질의에 서면으로 답했다.
◆ 박영선 후보
먼저 박 후보는 나 후보를 두고 17대 국회 '등원 동기'라고 친숙한 표현을 썼다. 했다. 두 사람은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또 박 후보는 나 후보가 내리 4선을 함께 한 인물이라고 했다. 정치인으로서 4선 금자탑을 쌓은 화려한 이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읽힌다.
안 후보에 대해선 과거 함께 당(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었던 인물로 추억했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함께 고민했던 안 후보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와 김한길 공동 대표 체제였던 2014년 5월 당시 박 후보는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돼 안 후보와 지도부를 이뤘다. 이후 세월호 특별법 마련을 위해 반대했던 당시 여당을 상대로 투쟁하는 등 당내 '투톱'으로 활약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는 국무위원으로서 행정 경험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자치단체장은 매듭을 풀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중기부 장관으로서 연결의 힘이 작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부처 장관 출신으로서 경제를 아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도시지리학 전공자로서 '도시 서울'의 개발과 발전을 이룰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선의의 경쟁을 바랐다. 박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오랜 시간 의정활동을 함께한 만큼 더 깊이 있는 정책과 서울시민을 위한 더 진한 마음으로 공정하고 멋진 경쟁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안 후보에게는 "서울시민의 더 나은 삶과 서울의 미래를 두고 뚝심 있는 정책과 진심 어린 마음으로 건설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후보에게 "신축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덕담을 건넸다.
◆ 나경원 후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를 지냈던 나 후보는 "박 후보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서 유리천장 함께 뚫고 올라왔다"고 했다. 남성 위주의 정치권에서 함께 여성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칭찬으로 풀이된다. 또 "과거 '저격수'로 활약하던 모습,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과거 강단 있는 의정활동으로 '재벌저격수' 'MB저격수' 별칭이 따라붙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안 후보에 대해선 '선한 이미지'를 장점으로 꼽았다. 나 후보는 "늘 착하고 신중해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웃을 때 꼭 아이 같은 순한 모습이 국민에게 편안함 준다"고 치켜세웠다.
나 후보는 서울의 확실한 변화를 이룰 능력과 자질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민들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변화'를 요구하고 계신다. 그 변화를 실천할 수 있는 철학과 의지를 갖고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정말 서울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독한 의지, 또 구석구석을 챙기는 섬세한 실천력을 모두 갖춘 후보다."
◆ 안철수 후보
위 여론조사상 야권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안 후보는 박 후보의 정책적 면모가 눈에 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생활권 중심 개발' '디지털화폐시대' 비전 등을 거론한 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글로벌 스마트시티 서울'이라는 저의 계획에 참고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정책이라면 여야 가리지 않고 모두 모아서 시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구현하는 것이 서울시장의 책무"라고 했다. 정치적인 부분을 배제한 유연함이 엿보인다.
나 후보에 대해서는 강인함과 포근한 심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안 후보자는 "나 후보는 엄마의 마음으로 서울시정을 잘 살필 수 있는, 자질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여당의 독주에 맞서 싸운 강한 면모도 있다"면서 "야권의 큰 자산으로,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나 후보는 2019년 4월 선거제 개편안과 개혁법안들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날치기'로 규정하며 이를 막기 위해 육탄 저지에 나선 바 있다.
안 후보는 자신이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됐을 때 가장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필승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민들은 이번 선거를 정권교체, 서울시정 심판,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선거로 규정하고 있다"며 "야권의 단일후보가 돼 시대정신을 구현할 소명이 제게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념과 진영정치에서 벗어나 '코로나19 이후 스마트시티' 비전으로 문제를 풀어내고, 시민 전체를 위한 미래지향적 시정을 펼칠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한다"면서 "빛의 속도로 과거로 퇴보하는 문재인 정부의 폭주에 제동을 걸고, 최첨단 스마트시티 서울을 구현할 '21세기 서울의 그랜드 디자이너'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