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원전 의혹' 정치권 파문...4.7 재·보선에 어떤 영향줄까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병헌의 체인지(替認知·Change)]지난해  4·15 총선, 2달 전과 닮은 상황, 결과 주목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2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야당의 공세로 다시 정치권은 시끄럽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가 논란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북한 김 위원장과 가진 ‘도보다리 회담’에서 발전소 관련 내용이 포함된 USB를 건넸다는 의혹을 두고도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경우 야당은 대변인이 성명이나 논평으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는 당 대표 명의의 입장문까지 나왔다. 이례적이다. 표현의 강도도 종전과 차원이 다르다. ‘충격적인 이적행위’ 운운하면서 몰아붙였다.

여당도 질세라 ‘이는 탈원전과 북핵을 엮은 ‘색깔론’이라며 맞공세에 나선다. 청와대나 정부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도 잠자코 있던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에는 펄쩍 뛰었다. 지금까지 정당 지도부, 재·보선 후보들, 주무부처인 산자부와 통일부까지 가세하면서 이전투구의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들도 양편으로 갈라져 싸움을 부추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정치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생문제 해결을 두고 더 나은 정책으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며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정부의 북한 원자력발전소 추진 의혹을 ‘구시대의 유물’ ‘정치대립’으로 규정하며 불편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29일 내부 회의에서 "수많은 마타도어를 받아봤지만, 이건 터무니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너무 나갔고 선을 넘었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라며 "근거가 없는 얘기에 기가 막혀 하셨다"고 전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같은 날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총괄부서로서 통일부 차원에서 북한의 원전을 지어주겠다는 것과 관련한 논의가 된 바 없다"며 야권의 공세를 적극 차단했다.

이 장관은 "장관이 아니라 정치인의 입장에서 놓고 보면 ‘선거 때문에 저러나’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북풍’이라든가 좌파, 좌익, 이런 표현들을 종종 쓰면서 공세를 야당 쪽에서 강화했기 때문에 정략적으로 이뤄지는 측면도 다분하다고 정치인으로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공세의 적지 않은 부분이 오는 4월 7일 재·보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재·보선을 2달 가량 앞둔 시점에서 정당 지지도가 지지부진하고 당내 경선에 나선 후보들도 그렇고 그렇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하면서 생각조차 하기 싫은 지난해 총선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자칫 서울시장 보선에서 지는 것 아닌가 걱정도 하고 있을 것이다.

죽을 쑤던 정부 여당의 분위기가 최근 들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게 감지되기 때문이다. 연말연초에 비하면 한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흐름으로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반면에 들썩였던 보수 야권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의 피로도가 쌓이는데다 침체 국면이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마저 상승세의 기미가 보인다. 1일 발표된 여론 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주 연속 40%대를 유지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5~29일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42.5%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0.4%포인트 감소한 52.8%로 약간 내렸다

지난해 4.15 총선을 2달 앞둔 시기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양상이라고 할까. 데자뷔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9년 10월 중순 사퇴했지만 이후 정부여당은 여진에 계속 시달렸다. 반면 야권은 보수통합 논의로 국민적 관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여세를 몰아 총선 두 달 전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에 앞서기도 했다. 그로부터 2달뒤 총선 결과는 어떠했는가. 여당의 176석이라는 압승으로 끝났다. 잔치는 야권이 벌였지만 실리는 여당이 챙긴 것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과 위원들 및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들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후보 비전스토리텔링PT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나경원, 오세훈, 이종구, 오신환 후보, 정 위원장, 조은희, 이승현, 김선동, 김근식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지금 전반적인 흐름도 지나해 2달 전처럼 야권이 쥐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서울시장 후보는 당내 경선이 끝나면 '왕중왕 단일화'도 예정되는 등 긴 야당의 잔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덕분에 국민적 관심도 압도적으로 야권에 쏠린다. 야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보선에서 단일화 없는 3자 대결 구도라도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마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야권의 적지않은 인사들은 ‘현 정권의 실정(失政)과 민심 이반으로 정권 교체의 전망이 밝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단일화 없는 승리’마저 장담하고 있는지도.

지난 4·15 총선에서 한때 기세가 등등했던 야당이 참패했던 이유를 곰곰이 돌이켜 보면 국민의힘은 지금 여전히 헛다리 짚고 있는지 모른다. 이른바 정치적 공세나 정부·여당 발목잡기가 지난해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었는지. 답은 이미 나와 있는데 행태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4.7 선거를 앞두고 부산 민심에 대한 구애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딱히 신박해보이지는 않아도 "이적행위" 운운하며 핏대를 세우며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아 보인다.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항상 정치는 민생을 앞세워야 한다. 지금처럼 코로나 19 때문에 서민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는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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